목적기반차 시장서 기아 질주 현대차 주춤… ‘팀킬’ 현실화
||2026.04.11
||2026.04.11
목적기반차(PBV) 시장에서 기아와 현대자동차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같은 그룹 내에서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PBV 모델이지만, 판매 성적은 정반대 흐름을 보인다. 후발 주자인 기아 PV5는 빠르게 시장을 장악한 반면, 선발 주자였던 현대차 ST1은 존재감을 키우지 못한 채 부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기아의 PV5는 올해 1분기 8086대가 판매되며 기아 전기차 가운데 상위권에 안착하며 핵심 차종으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 2월에는 3967대 판매를 기록하며 주력 모델인 스포티지(3800대), 카니발(3712대) 등 기존 주력 차종을 웃도는 성과를 냈다. 개인과 법인을 동시에 겨냥한 다목적 모델로서 초기 수요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현대차의 ST1은 같은 기간 373대 판매에 그쳤다. 출시 첫 해인 2024년 988대, 2025년 1579대 등 판매 증가 흐름은 이어지고 있지만, PV5와 비교하면 격차는 크게 벌어진 상태다.
다만 업계에서는 두 모델의 판매량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ST1이 물류·특장 중심의 기업간거래(B2B) 수요에 초점을 맞춘 반면, PV5는 개인 구매와 법인 수요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차이는 설계 접근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PV5는 PBV 전용 플랫폼(E-GMP.S)을 기반으로 개발돼 승객 수송과 화물 운송, 특수 목적 차량까지 다양한 형태로 확장이 가능한 구조다. 패신저와 카고 모델에 이어 오픈베드, 교통약자용(WAV) 모델까지 라인업을 넓히며 활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향후 PV7, PV9 등 추가 모델로 플랫폼 기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한 상태다.
반면 ST1은 기존 상용차의 섀시캡 구조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접근을 택했다. 화물차 포터와 유사하게 적재함을 목적에 맞게 제작할 수 있어 냉동탑, 윙바디 등 특장차 수요 대응에 강점이 있다. 특정 용도에 최적화된 구조인 만큼 활용 방식은 명확하지만, 초기 PBV 시장에서 요구되는 다목적 수요 대응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품 전략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PV5는 승객과 화물을 아우르는 라인업으로 개인과 법인 수요를 동시에 겨냥하는 반면, ST1은 물류 중심의 특장 수요에 집중된 구조다. 이는 단순한 상품 경쟁력 차이라기보다 목표 고객군 설정과 유통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로 해석된다.
가격 역시 변수로 작용한다. PV5 카고 모델이 4470만원 수준에서 형성된 반면, ST1은 5800만원대로 약 1400만원 차이를 보인다.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 초기 도입 비용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가격 격차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PBV의 핵심은 활용 범위라고 설명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 PBV 시장은 물류뿐 아니라 레저·셔틀 등 다양한 수요가 혼재된 단계”라며 “아직 특정 용도로 시장이 굳어지지 않은 만큼, 활용 범위가 넓고 다양한 형태로 확장이 가능한 모델이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며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 목적에 최적화된 차량보다는 여러 용도로 전환이 가능한 플랫폼형 모델이 초기 시장에서 더 유리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결국 두 모델의 격차는 성능이나 기술의 우열이라기보다 전략 선택의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기존 상용차 기반의 효율성과 특장 시장 대응에 무게를 둔 반면, 기아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다목적 확장성에 초점을 맞췄다. 같은 PBV라도 접근 방식이 달랐고, 그 결과가 판매 격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PBV 시장의 초기 주도권 경쟁이 이미 갈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기아가 그룹 내 PBV 시장을 선점하는 ‘팀킬’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PBV 시장은 단순한 차량이 아니라 플랫폼 경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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