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소 생태계 구축 속도… 판매 증가에도 인프라는 ‘제약’
||2026.04.11
||2026.04.11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 사업 전반에서 투자와 사업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정책 연계를 기반으로 수소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차량 판매도 증가세를 보이며 초기 시장 형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충전 인프라 확충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수소 사업은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 시작돼 올해로 29년째를 맞았다. 그룹은 수소를 단순한 친환경차 영역이 아닌 미래 핵심 성장축으로 규정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선제적 투자로 수소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전북 새만금에 112만4000㎡(약 34만평) 부지에 ‘AI 수소 시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전해 기반 청정수소 생산 시설, 로봇 제조 클러스터, 태양광 발전 등을 결합한 복합 산업 거점이 조성될 예정이다. 총 투자 규모는 약 9조원이다.
이를 통해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 활용까지 전 밸류체인을 한 지역에 집적한다는 구상이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투자 계획 발표 당시 “로봇·AI·수소 에너지 역량을 바탕으로 첨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새만금 로봇·수소 첨단산업 육성 및 AI 수소 시티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달 6일에는 국내 주요 정책금융기관과 금융지원 협약을 맺었다.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과 실행 기반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다.
한편 시장에서는 수소연료전지차(FCEV) 수요 확대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유일한 수소 승용차인 현대차 넥쏘는 지난 3월 1025대가 판매돼 전월 대비 119.5%, 전년 동월 대비 246.3% 증가했다. 올해 1~3월 누적 판매량은 157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7.6% 늘었다.
수소 상용차도 확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현대차의 수소전기버스 국내 누적 판매량은 3062대로 집계됐다. 수소전기버스는 2024년 누적 1000대를 넘어선 데 이어 2025년에는 2000대를 돌파하는 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최근 판매 증가 배경으로 고유가와 정책 효과를 동시에 지목한다. 연료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소차의 경제성이 부각된 데다, 경쟁 모델이 제한적인 시장 구조에서 보조금 정책이 수요로 직결됐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올해 약 1800대 규모의 수소버스 보조금을 편성하고 지방자치단체도 도입을 확대하면서 상용차 중심의 수요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수소 사업이 공급 측면의 투자 확대와 수요 측면의 초기 시장 형성이 동시에 진행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인프라 부족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전국 수소 충전소는 약 400곳 수준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서울 지역 충전소는 약 10곳에 불과해 지역 편중 문제가 심각하다. 수소 충전소는 전문 인력 상주가 필요해 운영 시간에도 제약이 따르며, 이용 편의성 개선도 더딘 상황이다.
충전 인프라 확충이 지연되는 배경에는 높은 구축 비용과 낮은 초기 이용률에 따른 수익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민간 사업자의 참여가 제한적인 구조 속에서 인프라 확대 속도도 더딘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올해 약 1897억원을 투입해 총 500기의 충전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를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 보급이 본격화되는 단계에 들어선 만큼 인프라 확충 속도가 관건”이라며 “충전소 확대와 운영 효율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시장 확산에 한계가 있을 것”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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