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참여 속속… 몸집 키우는 한은 디지털화폐 실험
||2026.04.11
||2026.04.11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 실험을 재개하며 금융권 전반이 결제 인프라 재편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은행을 넘어 금융지주까지 참여하면서 단순 기술 검증을 넘어 ‘실사용 가능한 금융 시스템’ 구축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한강’ 2차 실험에 참여한 금융사는 총 9곳으로 지난 1차 실험때보다 2곳 늘었다. 이들은 한국은행과 협약을 맺으며 본격 실험에 나서는 모습이다.
‘프로젝트 한강’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민간 금융회사의 ‘예금토큰’을 결합해 차세대 지급결제 시스템을 시험하는 실증 사업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화폐를 기반으로, 시중은행이 이를 토큰 형태로 유통하고 실제 결제·송금에 활용하는 구조다. 기존 계좌 기반 금융을 유지하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결제 과정을 단순화하고 실시간 정산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2단계 실험은 지난달 재가동 이후 참여 은행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갔다. 개인 간 송금, 자동이체, 이자 지급 등 금융 기능을 포함해 온·오프라인 결제 환경 전반에서 작동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
특히 공공 영역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주목된다. 국고보조금이나 정책자금 등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지급하면 사용처를 제한하거나 조건에 따라 자동 집행이 가능해진다. 이른바 ‘프로그래머블 화폐’ 개념을 적용해 재정 집행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현금성 지원이 갖고 있던 목적 외 사용 문제를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도구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은행별 실험도 구체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단계 테스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2단계에서는 결제 인프라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결제대행업체(PG)와 협력해 기존 가맹점 시스템을 유지한 채 예금토큰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별도 단말기 없이도 적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고, 공공 영역에서는 국고금 집행을 예금토큰으로 처리하는 실험도 병행한다.
신한은행은 생활 밀착형 결제와 송금 기능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보험 서비스 등에서 예금토큰 결제를 구현하고, 개인 간 송금과 자동 전환 기능까지 포함해 실제 금융 이용 흐름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이다. 지자체 보조금과 정책자금 지급에도 적용해 공공 재정 집행 실험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편의점 네트워크를 활용한 오프라인 결제 테스트에 집중한다. 전국 CU 매장에서 모바일 앱과 연동된 예금토큰으로 바코드·QR 결제가 가능하도록 구현했으며, 생체인증과 자동 충전 기능까지 포함해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공공 보조금 집행과 연계한 실험도 병행해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인프라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유통 채널과 결합한 대규모 실거래 테스트에 나선다. GS리테일과 협력해 하반기부터 전국 GS25 매장에서 예금토큰 결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단순 결제를 넘어 정산 시스템까지 함께 검증해 실제 상용화 모델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금융지주 차원의 참여도 본격화됐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한국은행과 별도 협약을 체결하고 그룹 차원의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은행뿐 아니라 카드·보험·플랫폼 계열사를 연계해 예금토큰 활용 범위를 넓히고, 다양한 생활금융 서비스와 결합하는 방안을 동시에 실험하고 있다. 이는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통합 디지털 금융 생태계’ 구축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결제 시장 주도권 때문이다. 카드사와 빅테크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결제 구조를 은행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금 기반 토큰은 기존 계좌 시스템과 연결되면서도 블록체인의 장점을 결합할 수 있어 안정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결제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중간 결제망이 줄어들면 가맹점 수수료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 공공 영역에서는 보조금과 정책자금의 목적 외 사용을 차단하고 집행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또 거래 데이터가 디지털화되면서 새로운 금융 서비스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다만 기술 안정성, 보안 문제,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충돌 가능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특히 대규모 확산 시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이 우려 사항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프로젝트 한강은 2차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한은의 계획대로 변함없이 추진중”이라며 “신현송 한은총재 후보자가 진짜 전문가, 디지털 리터러시·AI 관련 내용을 오랫동안 BIS에서 수행했기 때문에 해당 프로젝트가 더 발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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