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이어 농무부까지…‘정교 분리’ 위반 논란 휩싸인 美 행정부
||2026.04.10
||2026.04.10
미 농무부(USDA) 장관이 부활절을 맞아 직원들에 노골적인 기독교 메시지가 담긴 이메일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헌법상 정교 분리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논란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6일(현지 시각)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 장관은 전날인 부활절을 기념해 농무부 소속 연방 공무원 약 10만명에 축하 메일을 발송했다. “행복한 부활절”이라는 통상적 문구로 포문을 연 이 메일에는 “오늘날 우리는 모든 인류의 영원한 희망인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한다”,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승리와 새 생명을 주셨다” 등 직접적인 기독교 교리 문구가 삽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무부 내부에서는 즉각적인 반발이 터져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익명을 요청한 직원 4명은 “부처 수장이 이러한 방식으로 종교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15년 경력을 보유한 한 직원은 “정부 기관에 근무하며 이렇게 노골적인 이메일은 처음 본다”며 “기독교 신자가 아닌 직원들에게 메시지는 강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 주요 관료가 이런 메시지를 발송한 것은 매우 이례적 사례로 평가된다. 제임스 넬슨 미 휴스턴대 법학 교수는 이를 두고 “클린턴 행정부 시절 마련된 ‘정부의 특정 종교 지지 금지’ 지침을 위반했을 여지가 있다“며 ”상급자의 종교 표현이 직원들에게는 사실상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주요 부처들의 종교 표현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부활절을 맞아 국무부·교육부·에너지부·보건복지부 등은 잇달아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는데, 국토안보부는 “구세주의 희생을 되새긴다”고 올리는가 하면, 주택도시개발부 또한 “부활하신 구세주에 대한 희망”을 언급하는 등 발언의 종교적 수위가 과도하다는 평가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또한 취임 이후 군 내 종교 중립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펜타곤(국방부 청사) 내 매달 복음주의 예배를 개최하고, SNS에 반기독교 세력을 ‘적’으로 명시한 글귀를 공유했다. 또 전쟁 직전 국방부에서 진행한 기도에서 “자비를 받을 자격이 없는 자들에게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바란다”고 한 발언 역시 종교적 이념을 전쟁 정당화에 활용한다는 이유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8월 연방인사관리처(OPM)가 연방 공무원들의 자유로운 종교적 표현을 보장한 새 지침을 발표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지침에 따르면 연방 공무원은 수정헌법 제1조 표현·종교의 자유와 시민권법에 따라 ▲업무 중 종교에 대해 대화하거나 ▲성경이나 십자가 등 종교 물품을 책상에 비치하고 ▲다른 종교를 믿는 동료에게 교회에 가자고 권유하는 것이 허용된다.
다만 여기에는 부처가 직원의 발언을 제한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가질 수 있다고도 명시됐다. 종교적 권유 활동이 업무 방해나 괴롭힘으로 해석될 경우 금지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는 앞서 1997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연방 공무원이 종교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거나 설득을 시도할 수 있으나, 중단 요구 시에는 즉시 멈춰야 한다’고 명시한 정책과도 유사하다.
법적 대응 움직임도 감지된다. 브라이언 슈워츠 캘리포니아주 고용 전문 변호사는 “수십 명의 연방 공무원에게서 우려를 전달받았다”며 “헌법상 ‘정교 분리 원칙(Establishment Clause)’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시스템을 이용해 장관이 설교하듯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법적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 내부 고발이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농무부 내부에서 조직 개편과 인력 감축이 이어지면서 자칫 문제 제기가 보복성 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표현의 자유’와 ‘정부의 종교 중립성’ 사이 경계가 분명히 규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종교자유비즈니스재단의 브라이언 그림 회장은 “기관장이 종교적 명절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할 수 있지만, 모든 직원이 동일한 신앙을 공유한다는 전제를 깔거나 특정 종교를 보편적 가치로 제시하는 방식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