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중동사태, 에너지 공급충격… 장기화시 스태그플레이션”
||2026.04.10
||2026.04.1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현 상황에서는 스태크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발생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2주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최악의 시나리오일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 이란 전쟁 추이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에너지 공급망이 파괴될 경우 완전한 회복까지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에 우려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2.50%로 동결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커졌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까지 확대돼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이뤄졌다.
금통위는 이번 전쟁을 ‘공급 충격’으로 설명했다. 통상 공급 충격이 일시적일 경우 금리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게 금통위의 설명이다. 충격이 장기화돼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될 경우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이번 상황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당시에는 팬데믹 이후 수요 회복 국면에서 전쟁이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금리 인상 필요성이 뚜렷했지만, 현재는 경기 회복세가 완전히 견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충격이 발생해 물가와 성장 간 상충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팬데믹 이후 고물가를 경험한 경제 주체들 영향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부의 추경과 관련해서는 “성장의 하방 압력이 높아져 당초 예상했던 2.0% 성장률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부의 추경을 긍정적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부채가 아닌 초과세수로 조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추경의 집행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초과세수를 경직적으로 교육예산에 쓰는 것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과거 교육을 통해 인재를 키우고 의무교육이 중요할 때는 필요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했다.
이어 “큰 틀에서는 교육 예산으로 쓰더라도 초·중·고등 교육에 경직적으로 쓰는 것이 맞는지, 고령화·저소득층·노인 빈곤 문제 등에 쓰이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추가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경계했다. 이 총재는 “단순히 환율 가격으로 경기를 판단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달러 인덱스(DXY)와의 격차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원화 절하는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빠른 금리인하로 세계적으로 통화 절하가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당시 DXY보다 빨리 움직이고 원화만 과도하게 절하된 경우, 중동사태로 아시아 지역이 취약해 많이 움직인 부분 등은 정책적으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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