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4년, 대외변수 격랑 속 한은 보폭 넓혀
||2026.04.10
||2026.04.10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 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덮치면서, 한국 경제는 한꺼번에 물가와 환율의 압력을 떠안았다. 2022년 봄 출범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체제는 출발부터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했지만, 그럴수록 금융시장과 경기 부담이 커지는 구조였다. 그렇게 시작된 4년 임기는 마지막 미국과 이란의 전쟁의 영향으로 금리를 일곱 차례 연속 묶어두는 ‘정중동’의 선택으로 마무리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이번까지 7차례 연속 동결이다. 임기 마지막 금통위까지 금리를 묶어두며 이 총재는 4년을 마무리하게 됐다.
이 총재는 “(떠나는)발걸음은 무겁지 않다”고 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환율 안정”이라며 “일을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외 변수에 따라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지난 4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총재가 취임한 2022년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향해 치닫던 시기였다.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한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급격히 확대됐다. 실제로 한국 소비자물가는 6%를 웃도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은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며 ‘인플레 파이터’로 방향을 틀었다. 이 총재 취임 이후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 인상한 이후 세 차례 연속으로 인상해 그해 10월 기준금리는 3% 수준까지 올라섰다.
가파른 금리 상승에 비판도 나왔다. 환율 상승과 가계부채 불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까지 겹치며 통화정책은 ‘올려도 문제, 내려도 문제’인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이런 환경 속에서도 중앙은행의 역할을 확장하려 했다. 한국은행이 ‘조용하다’는 의미로 붙었던 ‘한은사(寺)’라는 별명을 깨고, 구조개혁 의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역 불균형을 짚으며 입시제도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고, 초고령사회 대응과 잠재성장률 하락 문제도 꾸준히 제기했다.
때문에 정책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의 논란도 적지 않았다. 그는 “말실수를 많이 했다”며 지난해 11월 달러 대비 원화 상승배경으로 서학개미를 꼽은 것과 싱가포르 출장에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기준금리 기조 전환을 언급한 점을 꼽았다.
이 총재는 “서학개미 발언 당시 해외 투자 자금 유출이 많았기 때문에 비판을 받을 수 있어도 말을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다”며 “욕은 먹었지만 필요한 메시지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금리 인하 기조를 두고 기대가 과도하게 형성되는 것을 경계하려 했는데, 정책 전환 발언이 인상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상당한 곤란을 겪었다”며 “동결을 염두에 둔 것이지 인상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디지털 통화 분야에서도 적극적이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을 추진하고,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에 대해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에 있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은 예금토큰을 활용한 은행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입장을 강조했다.
금통위 운영 방식도 달라졌다. 위원별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하는 ‘한국형 점도표’를 도입하며 정책 소통을 강화했다.
다만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정책 선택지는 다시 좁아졌다. 달러 대비 환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중동발 리스크로 물가 불안이 재차 확대됐다. 동시에 집값 반등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추가 금리 인하를 실행하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졌다. 결국 한국은행은 금리를 움직이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7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 총재는 금리 결정 과정에 대해 “금리 결정과 관련해서는 금통위원들이 잘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리를 일찍 내렸어야 했다는 비판도 있고, 금리를 더 올리지 않아 환율이 올랐다는 비난도 있다”며 “이런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균형을 잘 맞춘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편, 이창용 총재의 임기는 오는 20일까지다. 후임으로 지명된 신현송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15일 열릴 예정이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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