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폭등에 ‘램마겟돈’ 현실로…기업들 PC 교체 포기하고 버틴다
||2026.04.10
||2026.04.10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메모리 가격 급등이 기업 IT 조직의 PC 교체 전략을 뒤흔들고 있다. 그동안 3~5년 주기로 진행되던 일괄 교체 방식이 흔들리며, 실제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별 교체로 전환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IT 매체 테크레이더에 따르면, 최근 램(RAM)이 PC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로, 몇 달 전 15~18% 수준에서 크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받는 교체 견적도 기존보다 30~60% 높아졌고, 공급업체가 제시하는 가격 유효기간 역시 몇 시간 단위로 짧아지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 분석가들은 제조사가 AI 시스템 수요로 오른 부품 가격을 구매자에게 계속 전가할 경우 2026년 하반기 PC 가격이 15~20%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큰 변화는 정해진 연한에 맞춰 일괄 교체하던 방식에서 실제 사용량을 기준으로 교체 대상을 추리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3~5년 주기로 기기를 바꾸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구매 시점보다 CPU 사용량, 메모리 수요, 애플리케이션 활용 패턴 등 실제 업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체 대상을 선별하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과정에는 IT 부서뿐 아니라 재무, 조달, 보안 조직까지 함께 참여해 기준을 재정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 사례에서도 효과가 확인된다. 한 금융기관은 연간 약 7000대 노트북 교체 계획을 세웠지만,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제 교체 필요 물량을 약 600대로 줄였다. 또 다른 기업은 약 5000대 교체 계획 중 1400여 명의 사용자가 더 낮은 사양 기기로도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해 약 100만달러의 비용 절감 여지를 확보했다.
이런 분석은 성능 문제의 원인이 꼭 하드웨어 부족에만 있지 않다는 점도 드러낸다. 비효율적인 소프트웨어나 불필요한 백그라운드 프로세스가 병목을 유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사용되지 않는 프로그램 제거만으로도 성능 개선과 비용 절감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기기 수명 연장도 주요 대응책이다. 포레스터가 4만대 기기를 운용하는 한 금융기관을 분석한 결과, 전체 기기의 약 40% 수명을 4년에서 5년으로 늘리자 연간 교체율이 25%에서 23%로 낮아졌다. 3년 기준으로는 약 200만달러의 하드웨어 비용을 피할 수 있었다.
컴퓨팅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기업들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VDI)나 서비스형 데스크톱(DaaS)을 활용해 연산을 중앙 서버에서 처리하면, 모든 직원에게 고사양 PC를 지급할 필요가 줄어든다. 다만 개발자나 엔지니어처럼 로컬 성능이 중요한 직군에는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조달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한 번에 대규모 물량을 교체하기보다 실제 수요에 맞춰 업그레이드를 분산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AI PC 도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재검토되고 있다. 일부 고성능 업무를 제외하면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어, 파일럿 도입 후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램마겟돈'(RAMgeddon)으로 부르고 있다. 메모리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PC 교체는 더 이상 정해진 주기로 관리하기 어려워졌고, 실제 사용 데이터에 기반한 유연한 운영 전략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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