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저축은행 생존 전략 ‘갈림길’… 신사업 깃발 누가 먼저
||2026.04.10
||2026.04.10
자산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이 ‘체제 유지’와 ‘변화 실험’ 사이에서 갈림길에 섰다.
SBI·OK·한국투자저축은행은 대표이사 연임을 통해 안정 기조를 이어간 반면, 웰컴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은 각각 각자대표 체제 도입과 대표 교체를 통해 변화를 택했다. 업황 회복의 기미 속에서 경영 전략의 방향이 엇갈리면서, 향후 신사업 경쟁의 출발선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저축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자산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합산 당기순이익은 2839억원으로 전년(2345억원) 대비 2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 보면 OK저축은행이 168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SBI저축은행 1131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 16억원, 웰컴저축은행 63억원을 기록했으며, 애큐온저축은행은 59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들 가운데 SBI저축은행은 김문석 대표가 4연임에 성공하며 체제를 유지했고, OK저축은행 역시 정길호 대표가 6연임을 이어가며 안정 기조를 택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도 전찬우 대표가 연임에 성공했다.
반면 웰컴저축은행은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하며 박종성·손대희 대표로 경영진을 교체했고, 애큐온저축은행 역시 김희상 대표 선임으로 2년 만에 수장을 바꾸며 변화에 나섰다.
지난 2년간 저축은행 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대출 규제 강화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사실상 ‘버티기’ 전략을 유지해왔다. 건전성 관리와 비용 절감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현상 유지에 무게가 실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실적 반등의 양상은 과거와 달라졌다. 대출 규제 여파로 이자수익이 감소한 가운데, 비용 절감과 자산운용 성과가 실적을 끌어올린 것이다. OK저축은행은 유가증권 투자 수익을 크게 늘리며 순이익 기준 업계 1위에 올랐고, SBI저축은행은 비용 구조 개선이 주효했다.
올해는 좀 나아질 거란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꺼내 들었기 때문. 지난 2월 발표된 저축은행 건전 발전 방안은 자산 5조원 이상 대형사를 중심으로 신사업 진출을 허용하는 대신, 자본·지배구조 규제를 은행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투자 한도 확대, 결제 사업 진출 허용 등으로 수익원 다각화의 길을 열어주면서도 책임은 더 무겁게 지우는 구조다.
다만 당장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자산 기준 1위인 SBI저축은행은 자산 규모와 영업 기반, 지배구조 측면에서 지방은행 전환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로 꼽힌다. 총자산 약 14조원대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전국 단위 영업이 가능한 유일한 저축은행으로 사실상 은행에 가까운 영업 구조를 갖췄다. 여기에 교보생명이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구조도 금융당국이 제시한 지배구조 방향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안정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김문석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며 경영 연속성을 확보했고, 교보생명 편입 이후에도 기존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은 전략적 방향이 비교적 분명하다. 대출 규제로 이자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유가증권 투자와 IB 기능 강화를 통해 수익 구조를 바꾸고 있다. 정길호 대표의 장기 연임으로 조직 안정성을 확보한 만큼, 자산운용 중심의 ‘투자형 저축은행’ 모델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웰컴저축은행은 가장 선명한 ‘변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너 2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며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고, 동시에 AI 기반 금융 서비스 확대를 선언했다. 생성형 AI 금융 비서 도입 등 디지털 경쟁력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저축은행 업권 최초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인가를 획득하고, 이듬해 ‘웰컴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보이며 사업을 확장해왔다.
애큐온저축은행은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지난해 대표 교체 이후 건전성 지표는 개선됐지만, 순이익이 –59억원으로 적자 전환하는 등 수익성 회복은 과제로 남아 있다. 여기에 매각 이슈까지 겹치면서 중장기 전략의 방향성은 불확실하다. 다만 AI 기반 내부 시스템 고도화와 포트폴리오 재편을 병행하며 체질 개선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저축은행 역시 대표 연임을 통해 안정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업권 전반의 변화 흐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대출 중심 영업 환경이 제한된 상황에서 투자·디지털·신사업 가운데 어떤 축을 선택할지가 관건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어서 신사업 확대보다는 AI 기반 업무 효율화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수익 다각화를 위한 신규 사업 검토는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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