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은 쉽고 해지는 막고… 구독 다크패턴 규제 공감대
||2026.04.09
||2026.04.09
“해지와 가입이 모두 쉬워야 소비자가 훨씬 더 그 서비스를 많이 이용합니다. 다크패턴이 있으면 오히려 반감이 생겨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더 많이 그만두게 됩니다.”
9일 최보름 연세대 교수는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조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의 발제와 최보름 교수,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토론으로 구성됐다.
참석자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다크패턴과 해지 방해 등 구독 절차상 문제는 강하게 규제하되 중도해지·환불 기준은 OTT와 인공지능(AI), 멤버십 등 서비스별 구조를 반영해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봤다. 소비자 편익을 해치는 부분부터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창희 소장은 “다크패턴은 이용자를 기만하기 위해서 교묘하게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말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구독 계약에서 발생하는 다크패턴을 현행법상 규율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규제 공백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낸 ‘구독경제와 소비자 이슈’ 정책보고서에도 담긴 내용이다. 구독 다크패턴은 해지 절차를 숨기거나 자동갱신 여부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소비자 선택을 왜곡하는 설계를 말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크패턴 등 문제와 맞물려 중도해지·환불 기준 손질도 검토하고 있다. 월정액 구독을 중도해지할 경우 이용한 기간만큼만 빼고 남은 기간의 요금을 돌려주는 일할 환불 방식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아마존이 무료 배송받기 버튼만 클릭하면 프라임 가입이 이뤄지도록 만들어놓고 그 고지를 눈에 띄지 않게 작은 글씨로 하면서 해지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치게 다양한 방해 요소를 도입했다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10억달러의 벌금과 15억달러의 환불을 진행했다”며 “FTC는 여러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소비자의 이익을 해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굉장히 탄력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도해지·환불 기준을 모든 서비스에 일률 적용하면 OTT와 AI, 멤버십처럼 구조가 다른 구독 서비스에 같은 규제가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산업계가 일괄 규제 도입으로 인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최보름 교수는 “해지방해 금지 같은 절차는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이 맞다”며 “다만 이렇게 일할 환불 의무화 같은 일률 규제를 하게 되면 정부의 진흥정책과 반대로 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AI 서비스 구독을 생각해보면 월 구독을 하다가 중단하더라도 구독이 유지되는 마지막 날까지는 사용할 수 있고 그 이후에 서비스 이용이 중단된다고 안내한다”며 “이런 것에 관한 소비자 불만은 거의 없고 소비자들도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창희 소장은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을 유지하면 산업의 부담이 커져 결국 소비자가 양질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도 규제 일변도로 가는 게 아니라 사업자와 공조 체계를 유지하면서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도 서비스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자율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그래야 소비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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