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열려도 유가 오른다”…중동 에너지 시설 초토화에 공급 쇼크 장기화 전망
||2026.04.09
||2026.04.09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했지만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장기적인 공급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동의 핵심 에너지 시설이 상당 부분 훼손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각)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2주간 이란에 대한 공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초토화’까지 제시한 협상 시한을 90분 앞두고 극적 타결에 이르게 됐으며, 개전 39일 만에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첫 종전 협상은 11일 파키스탄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휴전 소식에 연일 급등세를 기록하던 국제 유가는 일단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13.29% 하락해 배럴당 94.75달러를 기록, 2022년 3월 이후 일일 최대 하락 폭을 경신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16.41% 떨어진 94.41달러에 마감했는데, 이 또한 2020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으로 관측된다.
다만 유가가 개전 이전인 60달러 선으로 회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직전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중동 전역의 정유 시설 및 유전, 천연가스 수출 터미널 수십 곳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으며, 이에 일부 정유 시설 가동이 중단되면서 디젤·휘발유·항공유 등 정제유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항구 등 수출 시설까지 파괴되면서 생산된 원유마저 선적하지 못하는 병목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를 두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0개 이상의 핵심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되며,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의 공급난이 발생할 것”이라 내다봤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중동 에너지 인프라 복구에는 최소 250억달러(약 37조원)가 소요될 전망이다.
국가별로 보면 아랍에미리트(UAE)는 정유·석유화학 복합 단지인 루와이스 산업 단지에서 피해가 속출, 정제유 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국영 아부다비석유회사의 핵심 시설인 이 단지는 하루 정제 원유량만 92만2000배럴로, 세계 5위 안에 드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동부 푸자이라항까지 이어지는 송유관이 있어 하루 약 150만 배럴의 정제유를 수출할 수 있는데, 이는 2023년 기준 한국의 하루 원유 소비량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중동의 정유 허브’로 불리는 바레인은 이란 공격으로 ‘포스 마쥬어(Force Majeure·계약 의무 불이행 면책 조치)‘를 선언한 바 있다. 지난달 9일 바레인 국영 석유공사(BAPco)는 알마미르 정유 시설 내 화재 발생을 알리며 “지역적 분쟁으로 회사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란발 드론 공격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바레인은 산유량은 적지만 이를 가공해 재수출하며, 경유와 항공유 등을 싱가포르·인도·남아공에 수출하고 일부 제품은 사우디에도 재수출한다.
쿠웨이트 미나 알 아흐마디 정유소도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하며 아시아와 유럽의 선박·항공유 공급난을 초래하는 결과를 빚었다. 지난달 쿠웨이트석유공사(KPC)의 최고경영자(CEO)는 “생산 정상화까지 3~4개월이 소요될 것”이라 발표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카타르 라스 라판 LNG 단지는 생산 능력의 약 17%가 손실된 것으로 집계되는데, 복구 작업에는 최소 4년 이상의 시간과 100억달러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알려졌다. 초저온 열교환기 등 핵심 설비 교체에만 1년 이상이 소요되는 데다, 가스터빈 등 공급에도 상당한 대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유라시아그룹은 올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 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헤닝 글로이스테인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공급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며 “걸프 지역 정유 시설의 3분의 1이 손상됐고, 복구 작업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드맥킨지의 프레이저 맥케이 컨설턴트는 “중동의 1000억달러 규모 투자 계획이 에너지 시설 복구에 잠식되게 생겼다”며 “서방 인력 철수에 따른 인력난과 장비 부족으로 복구 과정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전제로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체결했지만 여전히 이 해협의 통행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란은 선박이 자국 정예 군사 조직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사전 조율을 거쳐야만 지나갈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통과 선박은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