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꺾인 ‘파마리서치’… 외연 확장·M&A 카드 통할까?
||2026.04.09
||2026.04.09
고속 성장 신화를 이어오던 파마리서치의 흐름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시장은 단순한 단기 실적 변동이 아닌 ‘성장성 둔화’라는 구조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파마리서치가 꺼내든 글로벌 확장과 인수합병(M&A) 카드가 실제로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9일 관련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파마리서치는 지난 수년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보기 드문 성장 곡선을 그려왔다. 연결 기준 매출은 2021년 1541억원에서 2024년 3501억원, 2025년에는 5300억원을 넘어섰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37%에 달한다. 이는 전통 제약사의 평균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러한 고성장은 폴리뉴클레오티드(PN) 기반 스킨부스터 ‘리쥬란’의 내수 및 수출 확대, 그리고 관련 화장품 라인업의 동반 성장에 힘입은 결과다. 문제는 이 같은 성장 구조가 특정 제품군 의존도가 높은 ‘단일 캐시카우 중심 구조’라는 점이다.
실제 최근 시장에서는 리쥬란의 성장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세포외기질(ECM) 기반의 경쟁 스킨부스터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리쥬란이 사실상 시장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경쟁 제품들이 빠르게 침투하며 수요를 분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다혜 하나증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ECM으로 인해 내국인 수요분산이 불가피하므로 파마리서치에 과거 독보적 입지에 따른 멀티플(주가 배수)을 다시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는 실적과 주가에 즉각적으로 반영됐다. 파마리서치의 시가총액은 한때 7조원에 달했으나 현재는 약 3조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주가는 52주 최고가 대비 약 58% 하락했다. 게다가 지난 2025년 3분기 의료기기 매출이 역성장하고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유럽향 초도 물량 일부가 이연된 점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의 시선은 점점 더 냉정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에스테틱 대장주’라는 기대감으로 높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인정받았지만, 이제는 경쟁 심화와 성장 둔화 가능성을 반영해 멀티플 축소 압력이 커지고 있다. ECM 기반 제품 확산은 단순한 경쟁 심화를 넘어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수로 평가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파마리서치가 꺼내든 대응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글로벌 사업 확장, 다른 하나는 M&A를 통한 외연 확대다. 회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해외 매출 확대를 위한 신규 파트너십 구축과 판매 채널 강화와 의미 있는 규모의 인수합병 추진을 공식화했다.
실제 파마리서치는 유럽 시장 점유율 확대와 미국 시장 침투 가속화를 위해 현지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의료기기 및 화장품 기업을 대상으로 M&A를 검토 중이다.
이는 단순히 외형 확대를 넘어 리쥬란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공격적 전략이 가능한 배경에는 탄탄한 재무 구조가 있다. 파마리서치는 최근 2년간 현금 및 단기금융자산을 약 1600억원에서 6100억원 수준으로 확대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30%대 중후반을 유지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비급여 중심의 고마진 의료기기와 화장품 사업 구조 덕분이다.
또한 회사는 전략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재무관리본부를 신설하고 회계·재무 전문가인 김이환 상무를 초대 본부장으로 영입했으며, 오너 2세인 정래승 이사가 투자 전략을 총괄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닌 실제 M&A 실행 단계로 진입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인 김이환 재무관리본부장은 삼일회계법인 감사·재무자문(FAS) 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뒤, 동아쏘시오그룹에서 약 16년간 투자와 재무관리 관련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한 재무·회계 전문가다.
1988년생인 정래승 이사 역시 2025년 3월부터 파마리서치 이사회에 합류해 그룹 투자전략 수립과 투자심사를 총괄할 정도로 회사의 미래성장을 책임질 핵심 인물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M&A는 그 자체로 리스크가 크고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극단적으로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파마리서치의 경우 기존에도 M&A 계획을 반복적으로 언급해왔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다.
더 큰 변수는 ‘타이밍’이다. 현재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성장 스토리가 아니라 경쟁 심화 환경에서도 지속 가능한 실적을 입증하는 것이다. 즉 M&A나 글로벌 확장이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는 속도가 중요하다. 만약 투자 성과가 지연되거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시장의 신뢰는 더욱 약화될 수 있다.
나아가 정래승 이사를 앞세워 성공적인 경영권 승계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파마리서치의 신성장 동력 카드가 성공적으로 수행돼야 하며, 신사업 성과에 따라 오너일가의 경영 평가가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파마리서치는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을 갖춘 기업지만, ‘프리미엄 성장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를 입증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과거 고성장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 만큼 이제는 전략 실행력이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마리서치는 여전히 높은 수익성과 현금 여력을 갖춘 기업이지만, 시장은 이제 단일 제품 기반 성장 스토리에 대해 더 이상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하지 않는다”며 “글로벌 확장과 M&A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입증하지 못하면 밸류에이션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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