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잎에 2000억원’ ML는 왜 검증보다 가능성에 지갑 여나 [머니볼]
||2026.04.09
||2026.04.09
피츠버그, 10대 유망주와 9년 1억 4000만 달러 계약
FA 자격 획득 전 묶어둠으로써 전성기 시절 함께 보내

메이저리그의 선수 투자가 과거와는 판이하게 돌아가고 있다. 검증된 실력에 투자하기 보다는 '될성부른 떡잎'에 선제적 대응을 하는 모습이다.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8일(이하 한국시간), 코너 그리핀(19)과 9년 총액 1억 4000만 달러(약 2064억원)의 장기 계약을 맺었다.
2024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9번에 지명된 그리핀은 아직 10대 나이를 벗어나지 않은 유망주. 그럼에도 피츠버그는 스몰 마켓인 구단 사정에도 거액을 투자하며 그리핀의 잠재력에 베팅했다.
그리핀은 지난 4일 PNC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홈 경기를 통해 빅리그 데뷔전을 가졌다. 유격수 출전한 그의 성적은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 특히 첫 타석에서부터 2루타를 뽑아내며 자신이 왜 특급 유망주로 손꼽히는지 증명했다.
피츠버그가 아직 제대로 된 기량을 선보이지도 않은 유망주에게 큰 돈을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비단 피츠버그뿐 아니라 최근 메이저리그 각 구단들에 나타나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각 구단들이 유망주에게 일찌감치 대형 계약을 안기는 이유는 향후 폭등할 몸값을 미리 제어하기 위해서다.
선수가 연차를 쌓고 리그를 지배하는 슈퍼스타로 성장한 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가면 몸값이 최소 3~4억 달러 이상을 훌쩍 상회한다. 구단 입장에서는 연봉 조정 권한이 생기기 전이나 데뷔 직후에 장기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선수의 전성기를 훨씬 저렴한 가격에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FA 자격 취득 시기(6년)를 늦출 수 있어 서비스 타임도 조절 가능하다. 이 경우 핵심 자원을 보다 오랫동안 팀에 묶어둘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스몰마켓 구단일수록 프랜차이즈 스타를 뺏기지 않기 위해 이러한 선제적 투자를 선호한다.
선수 측도 손해는 아니다. 부상이나 부진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커리어 초기에 평생 쓰고도 남을 보장 금액을 확보하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 에이전트 입장에서도 연봉 조정 과정의 피로도를 줄이고 조기에 대형 계약 실적을 올릴 수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를 뒤흔든 유망주들의 장기 계약 사례들은 입이 떡벌어지는 수준이다.
밀워키의 잭슨 추리오는 2024시즌을 앞두고 빅리그 타석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8년 82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밀워키는 그의 운동능력이 팀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라 확신했다.
샌디에이고의 잭슨 메릴을 2년 차인 지난해, 2026시즌부터 시작되는 9년 1억 3500만 달러 계약을 따냈다. 옵션을 포함하면 최대 2억 400만 달러까지 치솟는 초대형 규모다. 샌디에이고는 메릴을 묶어 '포스트 매니 마차도' 시대를 대비했다.
시애틀 또한 이번 시즌 20살에 불과한 유격수 콜트 에머슨과 8년 95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추리오의 기록을 넘어선 '미데뷔 선수 역대 최고액' 타이틀의 주인공이 된 순간이었다. 유격수라는 포지션 희소성과 파워를 겸비한 그의 잠재력에 시애틀이 지갑을 열었다.
애리조나의 코빈 캐롤은 2023시즌을 앞두고 서비스 타임이 100일도 되지 않았으나 8년 1억 1100만 달러 계약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캐롤은 곧바로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거머쥐며 구단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유망주의 장기 계약 사례 원조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다. 2021년 당시 22세였던 그는 샌디에이고와 14년 3억 4000만 달러라는 초대형 장기 계약을 맺었다. 비록 부상과 약물 징계 등으로 부침을 겪었지만, 타티스 주니어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선수로 성장, 조기 투자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물론 이들의 계약들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보장은 없다. 빅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부상으로 신음할 경우 구단은 수년 동안 처분할 수 없는 악성 매물을 떠안게 된다.
실제로 2014년 메이저 데뷔도 하지 않은 존 싱글턴에게 5년간 1000만 달러라는 당시로서 엄청난 액수를 투자했다가 실패로 귀결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사례도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메이저리그는 이제 검증된 자원보다 가능성에 더 힘을 쏟는 모습이다. 데이터 분석의 발달로 유망주의 성공 여부를 점칠 수 있게 되면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계약이 줄지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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