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프로젝트 한강’ 가속…디지털 통화 주도권 굳히나
||2026.04.09
||2026.04.09
[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하는 사이,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의 CBDC 실증 사업인 '프로젝트 한강'이 2단계에 접어들며 실생활 적용 범위를 크게 넓히고 있다. 이번 2단계 핵심은 예금토큰 상용화 기반 마련이다.
1단계에서 KB국민, 우리, 신한, 하나, 농협, 부산, 기업은행 등 7개 은행과 일부 가맹점의 온·오프라인 결제를 테스트한 데 이어 2단계에는 경남은행과 아이엠뱅크가 새로 합류했다.
결제는 지정된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QR코드 방식으로 이뤄지며 편의점, 마트, 커피숍, 서점 등으로 사용처가 확대될 예정이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국고보조금 집행에 예금토큰을 적용하는 실험이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부터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협력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 보조금을 예금토큰 형태로 지급하는 실험에 착수한다.
공공 재정 집행에 예금토큰을 도입하는 사례는 세계 최초다. 주사업자인 LG CNS는 1단계에 이어 2단계에서도 디지털화폐 시스템 운영과 고도화를 맡는다. LG CNS는 2단계 사업에 앞서 생체인증, 개인 간 송금, 예금토큰 자동 입출금 등 신규 기능 개발도 마쳤다.
정부 차원에서도 CBDC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을 공식화했다.
지난 1월 9일 발표한 2026 경제성장전략에서 프로젝트 한강과 연계해 올해부터 국고금 일부를 예금토큰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2030년까지 700조원 규모 예산의 25%를 예금토큰으로 지급한다는 중장기 목표도 함께 내놓았다.
한은은 예금토큰을 채권이나 주식 등 디지털 자산을 거래할 때도 쓸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며 2단계 결과를 바탕으로 디지털화폐 상용화에 필요한 법과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단계 실험에서는 3개월간 8만명 이상 시민과 세븐일레븐 등 주요 가맹점이 참여했다. 다만 당시 실험에서는 실효성과 편의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1단계 실증에 직접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리플 같은 가상화폐로 결제할 때 편의성에 놀랐으나 당시 프로젝트에서 사용한 결제 방식은 기존의 복잡한 결제 구조와 다를 바 없었다"며 혹평했다.
혁신적인 간편결제 수단이라기보다는, 예금을 기반으로 한 결제 옵션이 하나 더 늘어난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한편 이달 말 공식 취임하는 신현송 신임 한은 총재는 기존 이창용 총재보다 훨씬 강경한 CBDC 중심주의를 예고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출신인 신 후보자는 지난해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ESWC)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견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의 단일성을 해치는 사일로(Silo) 현상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또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자산 범죄의 63%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블록체인 개인지갑을 통한 익명 거래 특성상 자본 유출과 금융범죄 우회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자리에서 신 후보자는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통합 플랫폼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프로젝트 한강과 BIS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 '프로젝트 아고라'를 직접 거론했다.
여기에 디지털자산 규제 권한을 두고 한은과 금융위 간 주도권 갈등도 수면 위로 올라와 있다.
현재 발의된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권한이 금융위 소관으로 명시돼 있는데 한은은 비은행 주체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의 파급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인가 과정에서 한은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지체되는 시간만큼 한은의 CBDC 주도권은 더 단단해지는 구조다. 오는 15일 정무위 법안소위가 법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원화 디지털화폐 생태계의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CBDC 연구를 주도해온 신현송 신임 총재 지명으로, 향후 '화폐 단일성' 관점의 안정성이 더욱 강조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스테이블코인 입법 및 CBDC 설계 방향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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