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유상증자, 상승장에 찬물… ‘채무상환’ 목적에 거센 후폭풍
||2026.04.08
||2026.04.08
유상증자 행렬이 증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일단 규모 면에서 1년 전보다 3배 이상 커진 가운데, 목적 대부분이 시설 투자가 아닌 채무상환에 집중되면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수 상승 국면을 틈탄 ‘빚 갚기’ 증자가 자본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결정)’ 공시(기재정정 시 최초 공시일 기준)를 확인한 결과, 올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89곳이 발표한 유상증자 규모는 총 5조579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1조2351억원과 비교해 4배 이상 늘었다. 코스피 3조8032억원, 코스닥 1조776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공시를 각각 쏟아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아 새 주식을 발행해 자본금을 확충하는 것을 말한다. 이자 부담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발행주식 수 증가로 기존 주주 지분가치와 주당 가치를 희석하고 자금 사정이 안 좋다는 신호를 줘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물론 신사업 투자, 생산능력 확대 등의 목적으로 증자하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문제는 올해 유상증자 공시 대부분이 신사업 투자와 무관한 빚을 갚기 위한 채무상환의 목적이었다는 점이다. 올해 코스피·코스닥 채무상환자금 목적 유상증자 규모는 2조634억원으로 전체 37.0%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 채무상환 목적 유상증자 비중이 12.8%였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불어났다. 당장 회사를 굴리기 위한 돈인 운영자금 목적의 유상증자도 1조4298억원(비중 25.6%)이었다. 반면 시설투자 목적 유상증자 규모는 1조274억원(18.4%)에 그쳤다.
채무상환 목적 유상증자를 발표한 기업들 대부분 공시 후 주가 하락에 직면했다. 지난달 26일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공시를 낸 한화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증자 절반 이상인 1조50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시 당일 주가는 18.22% 내렸다. 이후 반등하긴 했으나 공시 직전일과 비교하면 주가는 15.2%(6일 종가 기준) 내린 상태다.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SKC도 유상증자 상당 부분(4110억원)이 채무상환 목적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11만원대였던 주가는 9만원대로 급락했다. 3일 8281억원(채무상환 목적 2385억원)으로 줄인 유상증자를 재공시했으나 종전 주가를 회복하진 못했다. 2월 1450억원 운영·채무상환 증자를 한 KB스타리츠는 공시 직전일과 비교해 주가가 32.5% 하락했다.
코스닥도 비슷했다. 1월 말 2115억원 규모의 운영·채무상환 목적 유상증자를 낸 루닛은 공시 직전일 대비 주가가 35.2% 하락했고, 운영자금으로 1054억원 유상증자를 발표한 이뮨온시아는 공시 직전 대비 주가 하락률이 24.8%에 달했다. 이노스페이스(유상증자 825억원) -11.8%, 케이이엠텍(248억원) -51.1%, 에이전트AI(187억원) -11.5%, 알에프텍(150억원) -14.1%, 형지I&C(131억원) -29.0% 등도 유상증자 공시 직전 대비 주가가 두 자릿수 이상 하락했다.
채무상환 목적 유상증자는 그 자체로 자본시장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자 자금 대부분을 빚 갚는 데 활용하면 주주 입장에선 기업이 어려울 때 부담을 주주에게 넘기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미흡한 주주가치 인식을 드러내는 사례”라면서 “주주가치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한 만큼, 자본조달 과정에서 이사회가 점검할 수 있도록 주주 중심의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리 인상 여파로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유상증자가) 미래 투자 재원 확보와 부채비율 개선, 신용등급 제고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며 “장기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경영상 판단이라는 점에서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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