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FDI)를 받는 중국, 해외로 나가는 중국(ODI)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
||2026.04.08
||2026.04.08
외자(Foreign Direct Investment, FDI)는 줄었지만 중국은 멈추지 않았다. 안으로는 외자를 고르고, 밖으로는 중국기업을 해외로 내보내는(Overseas Direct Investment, ODI)새 질서가 시작됐다.
중국에서 자주 쓰는 표현 가운데 ‘출해(出海)’가 있다. 한국식으로 풀면 결국 ‘해외진출’이다. 이 말부터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중국은 한편으로는 외국 자본과 외국 기업을 끌어들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국 기업의 해외진출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밀어주는 두 개의 흐름을 동시에 작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흐름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코로나 이후 중국 경제를 읽는 가장 중요한 구조 변화에 가깝다.
외자 유입만 놓고 보면 중국은 분명 예전만 못하다. 중국 상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외자유치는 1632.5억 달러였고, 2024년에는 1162.4억 달러로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새로 설립된 외국인투자기업 수는 5만3766개에서 5만9080개로 늘었다. 금액은 줄었지만 중국 진입 외국인투자기업 수는 증가한 것이다. 이 대목은 중요하다. 중국의 외자 유치가 붕괴했다기보다, 초대형 투자 프로젝트는 줄고 중소형 신규 진입과 구조 재편형 투자가 늘어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023년 중국의 실제 사용 외자는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의 12.3%를 차지했고, 2024년에도 중국은 개발도상경제권 가운데 최대 외자 유치국 지위를 유지했다.
2025년 들어서도 이 흐름은 단순한 하강선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1분기 실제 사용 외자는 약 37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했지만, 신규 외국인투자기업은 1만2603개로 4.3% 늘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3월 실제 사용 외자가 전년 동월 대비 13.2% 증가했다는 점이다. 산업별로 보면 1분기 제조업 유입 외자는 약 100억 달러, 서비스업은 약 270억 달러, 딥테크 산업은 약 110억 달러 수준이었다. 특히 전자상거래 서비스업은 100.5%, 바이오, 제약 관련 제조업은 63.8%, 항공우주 장비는 42.5%, 의료기기는 12.4% 증가했다. 투자 원천지도 달라지고 있다. 같은 기간 아세안의 대중 투자는 56.2%, 유럽연합은 11.7% 늘었고, 국가별로는 스위스 76.8%, 영국 60.5%, 일본 29.1%, 한국 12.9% 증가가 확인됐다. 외국 자본이 중국을 떠난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더 정확히 말하면, 외국 자본은 중국을 더 선별적으로 다시 보고 있다.
산업 구조를 보면 이 변화는 더 또렷하다. 2024년 기준 제조업에 들어온 외자는 약 311억 달러, 서비스업은 약 822억 달러였고, 딥테크 산업 전체 외자는 약 403억 달러였다. 특히 딥테크 제조업은 약 135억 달러로 제조업 외자 가운데 43.4%를 차지했다. 의료기기·계측기 분야는 98.7%, 전문기술 서비스업은 40.8%, 컴퓨터·사무기기 제조업은 21.9% 증가했다. 중국이 더 이상 단순한 저비용 생산기지가 아니라는 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외국 기업은 지금의 중국을 값싼 공장이라기보다 거대한 내수시장, 완성도 높은 공급망, 첨단 제조 역량, 연구개발과 응용 시장이 결합된 복합 거점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의 외자를 볼 때는 같은 숫자라도 서로 다른 통계를 구분해 읽어야 한다. 상무부의 ‘실제 사용 외자’가 투자유치 실적을 보여주는 지표라면, 국가외환관리국의 국제수지 통계는 투자 유입뿐 아니라 철수, 재투자, 이익 송금, 계열사 간 자금 이동까지 반영한 순개념이다. 이 국제수지 기준으로 보면 2024년 상반기 직접투자는 1135억 달러 적자였다. 같은 기간 외국의 중국 내 지분성 직접투자 순유입은 259억 달러였고, 그중 신규 자본금은 407억 달러였다. 반면 외국 투자자가 중국 안에서 각종 투자로 벌어들인 수익은 1955억 달러였고, 투자소득수지는 824억 달러 적자였다. 이 숫자는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 안에서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지만,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익을 본국으로 송금하고 재투자를 더 까다롭게 고르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지금의 중국은 ‘외자가 빠지는 나라’라기보다 ‘외자의 성격이 달라진 나라’라고 보는 편이 맞다.
이제 시선을 해외에서 중국으로의 인바운드가 아니라 중국에서 해외로, 즉 아웃바운드로 돌리면 전혀 다른 역동성이 보인다.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은 이미 유행이 아니라 시스템화가 됐다. 2024년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흐름은 1922억 달러였고, 2024년 말 기준 중국 국내 투자자는 전 세계 190개 국가와 지역에 5만2000개의 해외 기업을 두고 있었다. 그중 1만9000개는 일대일로 참여 국가에 있었다. 같은 해 해외 기업의 재투자 이익은 778.9억 달러로 전체 흐름의 40.5%를 차지했고, 약 70%의 해외 기업이 흑자이거나 손익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이쯤 되면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은 단순 수출 확대가 아니다. 현지 법인을 세우고, 현지에서 생산하고, 다시 그 현지에서 재투자하는 정착형 확장에 가깝다.
진출 지역도 크게 바뀌고 있다. 2024년 중국 해외직접투자의 약 80%는 아시아로 향했고, 아세안 투자만 343.6억 달러로 36.8% 증가했다. 일대일로 참여 국가에 대한 직접투자는 509.9억 달러로 22.9% 늘었다. 동시에 라틴아메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투자도 증가했다. 과거처럼 미국과 유럽만 바라보는 구조가 아니다. 동남아, 중동, 중남미, 일부 유럽을 동시에 보며 공급망과 생산거점을 재배치하는 구조다. 특히 친환경차, 배터리, 태양광,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디지털 플랫폼, 첨단 제조가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이제 해외 시장을 ‘판매처’가 아니라 ‘생산·유통·브랜드를 현지화하는 공간’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 해외진출이 기업의 개별 선택에만 맡겨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은 중앙정부의 제도 정비와 함께 지방정부가 직접 기업 해외진출의 서비스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 베이징은 디지털경제 기업 해외진출 혁신서비스기지를 통해 이미 29개국 서비스 네트워크와 6개 해외 서비스거점, 13개 주중 대사관 연계를 구축했고, 약 4000개 기업에 접점을 만들며 약 1.4억 달러 규모의 국제 계약을 촉진했다고 밝혔다. 2028년까지는 100개 이상 국제기구·상회 연결, 20개 해외 서비스거점, 100개 기업의 해외 계약 확보, 30개 ‘베이징 솔루션’ 해외 안착을 목표로 내걸었다. 상하이는 2025년 말 ‘기업 해외진출 종합서비스 플랫폼’을 열어 11개 행정 분야, 22개 주요 사항, 83개 세부 항목을 한 번에 연결했고, 50개 전문서비스 연맹 기관과 405개 서비스 상품을 묶었다. 해외진출이 더 이상 기업 몇 곳의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서비스 체계로 들어왔다는 뜻이다.
항저우의 움직임은 또 다르다. 상청구 첸탕즈후이청의 글로벌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혁신서비스센터는 3000㎡ 규모의 원스톱 서비스 공간에서 전시, 정무·비즈니스 서비스, 상품 소싱, 라이브커머스, 교육을 결합하고, 해관, 출입경, 세무, 상사등록, 금융, 물류, 마케팅 등 약 200개 업무를 한 창구에서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이 지역에는 600개가 넘는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기업이 모여 있고, 산업공간은 100만㎡를 넘으며, 2025년 1~7월 거래액은 약 4.8억 달러를 기록했다. 선전 난산구의 고 글로벌(Go Global)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난산구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 플랫폼은 2025년 출범 이후 300개가 넘는 전문기관과 약 60개 국제조직을 연결하며 기업의 해외진출과 외국 기업의 중국 진입을 함께 지원하는 ‘첫 번째 창구’로 자리 잡았다. 2026년에는 120개가 넘는 국가와 지역을 겨냥해 200곳이 넘는 해외진출 기업에 전주기 지원을 제공했다고 난산구가 밝히고 있다. 이는 중국식 해외진출 전략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지방정부 수준의 운영 체계로 이미 들어왔다는 뜻이다.
결국 지금의 중국은 안으로는 외자를 선별적으로 받아 산업을 고도화하고, 밖으로는 자국 기업을 제도적으로 밀어 글로벌 생산·유통·브랜드 체계를 넓히는 나라가 됐다. 외자는 줄었지만 중국은 비어 있지 않다. 오히려 어떤 외자를 남기고 어떤 산업으로 재편할지 더 전략적으로 고르고 있다. 동시에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은 더 이상 단순 수출이 아니라 현지화·장기화·플랫폼화된 투자로 바뀌고 있다. 한국이 지금 읽어야 할 중국의 변화도 여기에 있다. 중국을 ‘외자가 빠지는 나라’로만 보면 오판하기 쉽고, ‘밖으로만 팽창하는 나라’로만 봐도 절반만 보게 된다. 지금의 중국은 안으로는 선택적으로 끌어들이고, 밖으로는 조직적으로 내보내는 체계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중국의 미래를 읽는 일은 결국 이 구조를 읽는 일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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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산업·기술과 자본시장, 투자·M&A, 정책·기업 협력 생태계를 연결하는 크로스보더 전략 전문가다. 36Kr, BEYOND EXPO, HIRED CHINA, DRAPER DRAGON, Zhejiang Saichuang Weilai Venture Capital Investment Management의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식회사 피더블유에스그룹(PWS GROUP)을 창업했다. 한국경영학회 산업계 상임이사로 학계에서도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아시아 최대 로펌 잉커로펌(YINGKE LAW FIRM) 한국 파트너로 활동하며 한·중 기업 자문,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 지원, 양국 간 크로스보더 M&A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 중국 국유 철강 기업 시노스틸(中国中钢集团, Sinosteel Corporation)과 중관촌 창업 생태계 핵심 기관인 중국 베이징 중관촌 창업거리(中关村创业大街) 창업 플랫폼 이노웨이(INNOWAY)에서 근무하며 중국 산업 및 혁신 생태계 현장 경험을 축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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