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입법 앞두고… 美 서클, 韓 은행·거래소 만난다
||2026.04.08
||2026.04.08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에스디코인(USDC) 발행사 서클 창업자가 이달 방한해 국내 주요 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를 잇달아 만난다. USDC를 앞세운 결제·송금 인프라 확장과 자체 블록체인 ‘아크’ 생태계 구축을 겨냥한 행보로, 국내 금융권과 거래소 간 협업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제러미 알레어 서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3일 방한해 KB국민, 신한, 하나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두나무, 빗썸, 코인원 등 가상자산 거래소를 만날 예정이다.
이번 방한은 한국 시장에 대한 공략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8월 서클의 2인자로 알려진 히스 타버트 총괄 사장이 방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창업자가 직접 나서는 것이다.
서클 창업자의 방한은 자체 레이어1 블록체인 ‘아크’ 출시를 앞두고 국내 대형 금융기관과 거래소에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해 출시 예정인 아크는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금융 서비스에 특화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다.
실제 시장에서도 서클의 영향력은 확대되는 흐름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CEX.IO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스테이블코인 전체 공급량은 3150억달러(약 471조원)로, 이 중 USDC는 780억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1분기 USDC 공급량은 약 20억달러가 증가한 반면, 1위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는 약 30억달러 감소하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규제 친화성을 앞세운 USDC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클은 준비자산의 투명한 공개와 회계 감사 체계 중심의 규제 친화적 발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 월가 대형 금융기관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신뢰성과 제도 적합성은 국내 은행들이 서클과 협업에 나서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은 서클과 협력을 통해 USDC를 활용한 해외 송금과 무역결제 등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전이익은 잠재적 수익원으로 거론된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망 이용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USDC를 활용한 송금이나 무역 결제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국내 법안이 지연되면서 사업에 일부 제약이 있는 만큼, 제도 변화에 맞춰 실행 가능한 영역을 계속 모색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입법 지연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결제 등 기준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서클로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크고, 향후 제도화가 이뤄질 경우 시장이 본격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외 송금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 국내 은행들도 서클과 경쟁하기보다 인프라를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며 “서클은 규제 준수 측면에서 신뢰도가 높아 수용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가치 저장이나 해외 송금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결제에 활용되는 만큼 두 영역은 경쟁이 아닌 공존 구조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거래소 역시 서클과 협력을 통해 단순 거래 지원을 넘어 글로벌 유동성 유입 기반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향후 법인 시장 개방에 대비한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려는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초 지난해 하반기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법인 시장은 입법이 지연되면서 같이 밀리는 상황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은 USDC를 활용한 이벤트나 에어드롭 등 마케팅 협업을 통해 거래 활성화에 주목할 것”이라며 “향후 법인 시장 개방을 위한 선제적인 인프라 준비도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클은 국내에서 USDC 유통을 확대해 테더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클 것”이라고 했다.
정서영 기자
insy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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