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박근형이 심은 씨앗…‘연극내일 프로젝트’, 다음 세대의 무대가 되다 [D:현장]
||2026.04.07
||2026.04.07
4월 24~26일 아르코꿈밭극장서 공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배우 신구, 박근형이 함께 만든 ‘2026 연극내일 프로젝트’가 첫 결실을 공개한 자리에서 이들은 한국 연극의 다음 세대를 위한 ‘씨앗’을 심겠다고 입을 모았다.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개된 ‘2026 연극내일 프로젝트’ 연습 현장 및 기자간담회에는 박근형, 신구를 비롯해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각 작품 연출과 배우들이 참석해 프로젝트 취지와 작업 과정, 앞으로의 방향을 설명했다.
‘연극내일 프로젝트’는 박근형과 신구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조성한 ‘연극내일기금’을 바탕으로 청년 연극배우들이 창작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지원하는 사업이다. 약 1000명의 지원자가 몰린 이번 프로젝트에는 30명의 배우가 선발됐다.
박근형은 이날 “벌써 2년이 지났다. 신구 선생님과 함께 ‘고도를 기다리며’를 139회 공연했고, 한 배우가 한 역할로 전 회차 매진이라는 반향을 일으켰다”며 “그렇게 큰 사랑을 받다 보니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기부공연을 해보자는 뜻이 모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이야기를 드렸더니 추진력 있게 움직여주셨고, ‘연극내일기금’이 출범한 지 4개월째 됐다”며 “조그마한 열매를 맺게 돼 기쁘다. 작가, 배우, 연출 모두에게 고맙고,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정병국 위원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두고 “두 세대를 거쳐 같은 자리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럽다”고 했다. 그는 “신구 선생님, 박근형 선생님과 이 자리에 있는 젊은 배우들 사이에는 60년의 시간 차가 있다. 그런데도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며 “박근형 선생님이 무대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던 차에 기부공연으로 뜻을 모았고, 그 뜻을 받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연극내일기금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 4개월에 걸친 선발, 훈련, 교육, 연습 과정을 거쳐 오늘 결과물을 선보이게 됐다”며 “세 작품 모두 티켓 오픈 직후 매진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선배와 후배가 어떤 끈으로 연결되는지 궁금했던 관객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 같다”고 전했다.
신구 역시 “이번 프로젝트가 이번으로 끝나지 않고 내년, 후년에도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처럼 젊은 배우들을 보니 6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며 “우리보다 훨씬 나은 환경에서 연기할 기회를 얻은 것 같아 고맙고, 이런 기회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근형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후배들이 놓인 환경을 부럽다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 때는 이런 교육기관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선생님도, 교과서처럼 부를 만한 책도 없었다. 직접 무대에 올라가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야 했다”며 “우리는 빛이 없어서 찾아 헤맸는데, 지금은 갈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일을 하기 위해 생활의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은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끊임없이 기부공연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작품은 ‘탠덤: Tandem’, ‘여왕의 탄생’, ‘피르다우스’ 세 편이다. 각각 청소년의 내몰린 현실, 믿음과 권력의 구조, 시설 퇴소 이후의 삶을 소재로 삼아 서로 다른 결의 동시대성을 보여줬다.
‘탠덤: Tandem’의 구성한 강훈구 연출가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두 청소년 남녀를 상상하며 쓴 작품”이라며 “내몰리는 청소년들,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르코 창작산실을 통해 작가로, 창작 아카데미를 통해 연출가로 데뷔했는데, 신구·박근형 선생님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영광스럽다”며 “새 창작극으로 대학로에 나가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여왕의 탄생’을 연출한 이민구는 작품에 대해 “일제강점기부터 반복돼온 사이비 종교와 믿음의 구조를 들여다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극도 결국 믿음으로 굴러간다고 생각한다. 풍족하지 않은 현실을 버티게 하는 것도 믿음”이라며 “믿음이 권력 구조와 만날 때 어떤 위험이 생기는지, 우리는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르다우스’를 연출한 류사라는 시설에서 자란 10명의 아이들이 시설 퇴소 이후 사회에서 겪는 삶을 이야기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담고 있다”며 “언어뿐 아니라 비언어적인 표현, 신화적 모티브 등을 통해 다음 세대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풀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작품에 참여한 배우 김양균은 “기존에는 연기만 생각했다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왜 연극이어야 하는지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며 “함께하는 동료들과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고민의 깊이가 생겼다”고 말했다. 류지오는 “같은 꿈을 바라보고 가는 동료들을 만나 제일 기뻤다”며 “공연 작업은 외롭고 몸이 불타는 것처럼 힘들 때도 많지만,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로 데뷔하는 배우들도 적지 않다. 이에 신구는 자신의 첫 무대를 떠올리며 “어떻게 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당황했고, 옆도 안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시작하는 젊은 배우들을 보니, 우리 때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고맙다”고 했다.
박근형은 후배들에게 “자신이 깨지는 아픔을 느끼면서 탄생하는 장면이 있다”며 “그런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사람 마음에 와닿는 표현이 가능하다는 걸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훈련을 보며 너무 부러웠다. 전통극을 대극장에서 상업적으로 공연하는 것과는 또 다른, 더 정교한 감정 설계와 움직임 표현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 참가 배우들에게는 후속 무대 기회도 주어진다. 오는 7월 신구와 박근형이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베니스의 상인’과 관련해 ‘연극내일 프로젝트’ 참가 배우들을 대상으로 별도 오디션을 진행, 출연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단발성 지원을 넘어 실제 무대로 연결되는 통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한편 ‘탠덤: Tandem’, ‘여왕의 탄생’, ‘피르다우스’는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아르코꿈밭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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