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 압박, 국내선 반발…온라인플랫폼법 ‘사면초가’
||2026.04.07
||2026.04.07
미국이 한국의 플랫폼 규제 움직임을 무역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국내 산업계 반발까지 겹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플랫폼법은 통과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온라인플랫폼법은 네이버·카카오처럼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거나 불공정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미리 막는 법이다. 현재 관련 법안 두 건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7일 관련 업계와 국회에 의하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6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의 디지털서비스 사업자 규제안을 문제 삼았다. 해당 규제안은 매출이 일정 기준을 넘는 대형 플랫폼 기업을 지정해 각종 의무를 부과하고 특정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구글·애플·메타처럼 한국에서 큰 매출을 올리는 미국 기업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미국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한국의 디지털서비스 사업자 규제안은 총 2개로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에 관한 법률안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다.
두 법안은 세부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자사 우대와 끼워팔기, 최혜 대우 요구 같은 행위를 규율하는 법안부터 계약서 교부와 정산, 사전 통지, 분쟁조정처럼 입점업체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법안까지 다양하다. 공통적으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를 별도로 규율하겠다는 점이다.
미국만 반대하는 게 아니다. 우리 산업계도 사전규제가 기업 혁신을 막고 영세 사업자와 소비자에게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반발해왔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1월 29일 제82회 산업발전포럼에서 “플랫폼 규제가 혁신을 저해하고 해외 기업에 대한 실효성 없는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만 규제하면서 혁신을 저해하고 정작 더 규모가 큰 글로벌 플랫폼은 규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빅테크 규제를 먼저 시작한 유럽은 직접규제와 과세를 병행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으로 대형 플랫폼에 직접 의무와 금지행위를 규율한다. 반면 프랑스와 영국, 오스트리아 등은 디지털세나 디지털서비스세를 별도로 운영한다. 디지털세는 거대 플랫폼이 자국 내에서 벌어들인 특정 디지털 서비스 매출의 일정 비율을 징수하는 제도를 말한다.
다만 디지털세도 완전한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미국은 프랑스와 영국, 오스트리아 등의 디지털서비스세를 상대로 통상 압박을 가한 전례가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온라인플랫폼법 같은 직접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다양한 대응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정섭 성신여대 교수는 “사전 규제를 하지 않으면 유튜브, 구글 등 대형 플랫폼에 의한 심각한 문화주권의 종속·침해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통상 마찰이나 비관세 장벽 논란이라는 방패막이에만 기대 플랫폼의 횡포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플랫폼 기업이 스스로 규칙을 지키고 공정한 생태계 유지에 기여해야 하지만 현재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법 준수 노력은 부족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우리 문화와 산업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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