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CEO’ 대세 속 ‘나홀로 재무통’… SK온 이용욱, 위기 해법될까
||2026.04.07
||2026.04.07
배터리 업계에 ‘기술통 CEO’ 바람이 부는 가운데 SK온은 반대 길을 택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대규모 적자와 전기차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기술보다 곳간 단속이 더 급하다는 판단에서다. SK온은 지난해 말 재무 전문가 이용욱 사장을 선임해 이석희 사장과 투톱 체제를 꾸렸다. 재무 리더십이 적자 탈출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모두 카이스트 출신 엔지니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기술 기반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유지하면서 연구개발(R&D)을 토대로 한 기술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SK온은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재무 전문가인 이용욱 사장을 선임해 이석희 사장과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이용욱 사장이 재무·전략을, 이석희 사장이 기술·사업을 담당하는 구조로 역할을 나눈 것이 특징이다. 이 사장은 SK(주)에서 투자와 포트폴리오 분야를 담당한 뒤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 대표를 지낸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인사가 ‘생존 전략’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SK온은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이후 대규모 공장 신·증설과 글로벌 합작법인(JV) 확대 등 외형 확장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 둔화가 현실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공장 가동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포드와 함께 추진하던 ‘블루오벌SK’ 체제 역시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 중심 전략에서 운영 효율과 수익성 개선 중심으로 무게추가 이동한 셈이다.
실제 SK온은 현재 수익성 개선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적자 구조 역시 지속되고 있다.
수치로도 부담은 뚜렷하다. 시장에서는 SK온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약 3108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연간 매출 6조9782억원, 영업손실 931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이어졌다. 누적 적자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재무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도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 SK온은 희망퇴직과 무급휴직 등을 실시하며 조직 슬림화에 나섰고, 투자 속도 조절과 운영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재무 안정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판단에서다.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과제가 적지 않다. SK온은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확보를 추진해왔으나 고금리 기조와 전기차 업황 둔화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2024년 이후 SKTI, SK엔텀, SK엔무브 등과의 구조 개편을 통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했지만, 업황 불확실성 속에서 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더딘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시장은 기술 경쟁과 동시에 재무 체력 경쟁이 병행되는 국면”이라며 “SK온의 경우 당장의 수익성 개선과 재무 안정 확보가 시급한 만큼 재무 중심 리더십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대표 1인이 모든 영역을 아우르기 어렵다”며 “각자 대표 체제를 통해 전문성을 분담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단기적인 재무 개선에 집중하는 전략이 중장기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황 회복 이후 기술 격차가 벌어질 경우 경쟁 구도에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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