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보험사, 작년 적자만 1500억… 언제 볕드나
||2026.04.07
||2026.04.07
디지털 보험사들이 지난해에도 1500억원 넘는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자보험, 독서보험 등 이색 미니보험을 앞세워 외형을 키우고 있지만, 좀처럼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모회사 자금 지원도 반복되면서 사업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7일 각사 공시에 따르면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신한EZ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의 지난해 합산 당기순손실은 15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대비 적자 폭이 22.7% 확대됐다.
통상 디지털보험사는 온라인 채널을 주된 영업 채널로 활용하는 보험사를 말한다. 시장에서는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와 하나손해보험·신한EZ손해보험 등 종합손해보험사를 함께 디지털보험사로 분류해왔다.
이들 보험사는 대면영업보다 온라인 채널을 앞세워 영업해온 만큼, 여행자보험이나 생활밀착형 미니보험처럼 가입 문턱이 낮은 상품 판매에 주력해왔다. 종신보험이나 건강보험처럼 보험료가 크고 수익성이 높은 상품은 설계사를 통한 설명과 가입 유인 과정이 중요해 온라인 채널만으로는 판매 확대에 한계가 있어서다.
카카오페이손보가 4곳 중 적자 규모가 가장 컸다. 지난해 순손실은 524억원으로 전년 482억원보다 늘었다. 보험영업수익은 증가했지만 보험손익 적자는 468억원에 달했다. 수익보다 비용이 더 빠르게 늘면서 손실이 커진 구조다.
재무 부담도 크다.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며 자본은 확충됐지만, 순손실이 누적되면서 결손금은 1701억원으로 전년 1178억원보다 증가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16억원으로 전년 436억원보다 줄었다.
하나손보도 적자 폭이 커졌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470억원으로 전년 307억원보다 늘었다. 사업비용이 2024년 187억원에서 2025년 253억원으로 증가한 점이 손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외형 확대와 채널 확장에 들어간 비용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비대면 영업의 한계를 느낀 하나손보는 최근 대면 영업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인 하나금융파인드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있고, 전속 설계사도 늘리고 있다. 지난달 하나금융파인드 설계사 수는 466명으로 2024년 말 272명보다 증가했고, 하나손보 전속 설계사 수도 396명으로 전년 동기 262명보다 늘었다. 하나손보는 지난해 10월 이사회를 열고 구주주 배정 방식으로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받기도 했다.
신한EZ손보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23억원으로 전년 174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보험손익은 28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신한EZ손보는 한화시스템과 함께 보험 코어 시스템 등 차세대 전산 인프라를 구축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무형자산상각비 86억원이 반영돼 손익에 부담을 주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3월 유상증자를 통해 신한금융으로부터 10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기도 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그나마 4곳 중 유일하게 적자 폭을 줄였다. 지난해 순손실은 184억원으로 전년 260억원보다 감소했다. 보험영업수익이 늘면서 전체 손실 규모는 줄었지만, 보험손익은 여전히 21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1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이 요원한 상태다.
오랜 적자로 재무 부담은 여전하다.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1329억원으로 전년 1489억원보다 줄었고, 결손금은 1828억원으로 늘었다. 출범 이후 교보생명으로부터 받은 누적 자금 지원 규모만 3700억원에 달한다.
한편 대표 디지털보험사로 꼽혔던 캐롯손해보험은 누적된 적자로 인해 지난해 결국 한화손해보험에 지난해 10월 흡수됐다. 디지털 손보사로 출범했던 회사가 장기간 적자를 자체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모회사로 편입됐다.
디지털 보험사들은 시장 성장을 제약하는 배경으로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지목한다. 특히 대형 보험사와 동일한 자본 권고 기준이 적용돼 높은 자본확충 압력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들 보험사 5곳의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증자 규모는 1조8495억원에 이른다. 보험상품 판매를 확대할 수록 재무구조에도 부담이 돼 추가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로 새로 설립된 회사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익은 아직 내지 못하고 있으며, 종합손해보험회사의 형태인 회사도 디지털 보험회사로 새로 출범한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회사가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나갈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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