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가려면 군대 허락부터’… 병력 증강 나선 독일, 해외 체류 허가제에 반발 확산
||2026.04.06
||2026.04.06
독일 정부가 러시아와 이란 같은 무력 위협에 맞서 군사력 복원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출발점인 징병 제도부터 국민적인 반발 여론에 발목을 붙잡혔다.
5일(현지시각)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와 유로뉴스 등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독일에서는 17세부터 45세 남성이 장기 해외 체류를 할 때 사전에 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새 병역현대화법 규정이 뒤늦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17세부터 45세 사이 남성은 유학이나 취업, 관광을 이유로 3개월 이상 독일을 떠나려면 사전에 군 당국에 서면 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독일은 한국처럼 대학 진학율이 높지 않은 대신 직업학교·도제훈련 체계가 발달해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직업이 적성에 맞을지 알아보기 위해 고교 졸업 후 갭이어를 보내거나 해외여행, 언어연수, 교환학생,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수요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17~45세 남성이 3개월 이상 해외에 머물려면 군 당국 허가를 받도록 강제하면 청년층뿐 아니라 장기 체류나 해외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까지 폭 넓게 일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새 병역현대화법은 올해 1월 1일부터 발효했지만, 대다수 독일인들은 이달 초 언론 보도 전까지 이 규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이후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국가 안보를 이유로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 이전 권리와 직업 선택 권리를 정부가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독일 사회 전반으로 번졌다. 미래 징집 대상인 10대 독일 남학생들은 거리로 나와 정부 국방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시위는 독일 전역 90곳이 넘는 도시에서 동맹 휴학 형태로 5만 명이 넘게 참석했다. 가디언은 전문가를 인용해 “이 법은 까다로운 승인 규정을 어기고 출국했을 때 어떤 법적 처벌을 받는지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독일 국방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국방부는 이날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장기간 해외에 체류할 가능성이 있는 인원을 파악해야 하므로 해당 조항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규정은 군사 위협으로 국가 존립이 위태로웠던 냉전 시대부터 있던 법”이라며 “실제 제재를 가한 적 없는 사문화된 규정이었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도 “행정 절차상 부득이하게 승인하는 형태를 취했다”며 “불필요한 관료주의를 피하는 차원에서 관련 요건을 완화하는 조항을 속히 도입하겠다”고 여론을 달랬다.
독일은 오는 2035년까지 현재 18만 명 수준인 현역 병력을 26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여기에 상시 동원할 수 있는 정예 예비군 20만 명까지 더해 총 46만 명 병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아직 2011년 이전처럼 강제적인 징병제를 부활시키진 않았다. 독일 정부는 새 병역현대화법 적용 이후에도 충분한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할 경우, 의회와 강제 복무 재도입을 진지하게 논의하기로 했다.
일상을 누려온 이들 젊은 세대는 여행과 거주 이전을 국가가 통제하는 새 병역 제도를 용납하기 힘든 퇴행으로 여긴다. 징병제 부활 우려가 독일 사회에 세대 간 갈등을 촉발하는 양상이다. 유로뉴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실제 징병제 부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청년층 저항은 국가 행정을 마비시킬 수준으로 격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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