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콩, 지정학 불안 속 韓 기술기업에 ‘리스크 관리 플랫폼’ 될 것”
||2026.04.06
||2026.04.06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허브’를 지향해온 중동 주요 도시들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면서, 수십 년간 아시아 대표 금융허브 역할을 해온 홍콩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중국 인허증권에 따르면 전쟁 여파로 홍콩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전쟁 발발 직후 일주일간 홍콩 증권거래소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3415억 홍콩달러(약 66조원)를 기록해 직전 주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유입된 자금은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미래 산업으로의 투자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발맞춰 첨단 기술 산업 육성에 집중해온 홍콩은 유입된 자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허브’로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올해 시정연설과 예산안에서 AI를 미래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제시하고, AI 산업 육성을 위해 최소 300억 홍콩달러(약 6조원)를 접경 지역 기술허브 개발에 배정했다. 이러한 전략의 선봉에는 홍콩 정부의 투자유치 전담기관인 홍콩투자청이 있다.
홍콩투자청 ‘혁신 및 기술(I&T)’ 부문은 글로벌 혁신·기술 기업의 홍콩 진출과 사업 설립을 지원하고, 홍콩을 거점으로 역내 및 해외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통해 홍콩이 ‘글로벌 기술허브’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부문을 총괄하는 앤디 웡 부문장은 지난달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과 ‘홍콩과 그 너머에서의 혁신 및 기술의 미래와 기회’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며 한국 투자자와 기술 리더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보였다.
홍콩을 중심으로 한 투자 확대는 한국과의 협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4년 한국의 대(對) 홍콩 반도체 수출은 약 233억 달러(약 35조원)에 달하며, 올해 들어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홍콩 상장 AI·기술 기업 투자도 9200만 달러(약 1400억원)를 넘어서며 빠르게 늘고 있다. 홍콩이 한국 기술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앤디 웡 부문장에게 서면으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홍콩이 첨단 기술 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이유는.
“지난해 홍콩 증시에서는 100건이 넘는 기업공개(IPO)가 이뤄지며, 최근 몇 년간 기술 분야 자금 조달 비중이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IPO 시장의 활황은 국내외 기술 기업의 글로벌 자본 접근성을 크게 높였고, 홍콩은 이러한 금융 기반을 바탕으로 혁신 산업 육성을 장기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정부 역시 AI를 미래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제시하고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AI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ㅡ한국 기술 기업들에게 홍콩이 매력적인 이유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홍콩은 기술 기업에 안정적이면서도 국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된 플랫폼을 제공한다. 특히 지정학적 긴장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홍콩과 같은 국제 자본시장은 전략적 리스크 관리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시스템 아래 영미법 기반의 법적 안정성,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미 달러화에 연동된 통화 제도 등을 갖춘 홍콩은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제도적 안정성을 제공한다.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는 한국 기술 기업에 홍콩은 전략적 거점이 될 수도 있다. 홍콩·마카오와 광둥성 9개 도시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대만구(GBA)’와 인접해 있어, 약 1조9000억 달러(약 2900조원) 규모의 거대 시장에 직접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홍콩의 지리·경제적 이점은 기업들에게 시장 지배력 확보와 글로벌 확장을 위한 출발점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홍콩의 금융·연구 역량, 인접한 선전의 신속한 시제품화 능력, 광둥성의 대규모 제조 공급망이 결합된 산업 생태계 역시 큰 강점이다.”
ㅡ다른 글로벌 허브 도시들과 비교해 차별화된 장점은.
“홍콩은 세계적 수준의 금융 시장인 동시에 기술 산업 지역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성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지난 10년간 IPO 자금 조달 규모에서 주요 서구 증시를 지속적으로 앞서온 대표적인 자본시장이다. 또한 GBA로 통하는 관문으로서 기업들은 글로벌 자금을 조달하는 동시에 인접 지역의 기술 혁신 역량과 첨단 제조 기반을 즉각 활용할 수 있다.
세제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16.5%에 불과하며, 적격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서는 최대 300%의 세액 공제를 제공한다. 아울러 ‘특허박스(Patent Box)’ 제도를 통해 지식재산권(IP)에서 발생하는 소득에는 5%의 우대세율이 적용된다.”
ㅡ홍콩은 한국 기술 기업에게 어떤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나.
“세제 혜택 외에도 정부 차원에서 연구 인력 채용을 지원하는 ‘리서치 탤런트 허브(Research Talent Hub)’와 민간 자본과 공동 투자하는 20억 홍콩달러(약 3800억원) 규모의 ‘혁신기술 벤처 펀드(Innovation and Technology Venture Fund)’ 등 다양한 지원 제도를 통해 홍콩 진출 기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홍콩투자청의 경우 한국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자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지에서 기업의 전담 파트너로서 시장 정보 제공, 규제 대응, 법인 설립, 혁신 생태계 연계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한국 혁신 기업이 홍콩에 원활히 정착하고, 다양한 자금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 내 입지를 빠르게 확대하도록 돕는 것이다.”
ㅡ홍콩에 여러 기술 혁신 허브가 있던데.
“사이언스파크와 사이버포트 등 혁신 허브는 단순한 사무 공간을 넘어 긴밀히 연결된 산업 생태계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홍콩 사이언스파크에는 현재 26개국에서 온 2600개 이상의 기술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이 중 1500개 이상이 스타트업이다.
사이버포트 역시 2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입주한 아시아 대표 디지털 혁신 허브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올해 완공 예정인 최첨단 AI 슈퍼컴퓨팅 센터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허브들을 통해 한국 기업들은 벤처 자금, 학계 협력,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성장 경로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ㅡ한국 기업이 홍콩에 진출해 큰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다면.
“AI 기반 투자 솔루션 기업인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홍콩투자청의 지원을 받아 2024년 홍콩 사무소를 지역 본부로 격상했으며, 이를 거점으로 유럽과 중동 시장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한국 기술 기업들이 홍콩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ㅡ홍콩 진출 시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은.
“한국 기술 기업들이 직면하는 대표적인 과제는 시장에 대한 인식의 한계다. 홍콩을 단순한 내수시장으로만 볼 경우, 지역 허브로서의 전략적 가치를 놓치기 쉽다.
홍콩의 비즈니스 환경은 매우 국제적이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다양한 글로벌 고객층에 맞춰 제품과 사업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규제 체계에 대한 이해와 우수 인재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다만 홍콩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이기도 하다.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고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다면 홍콩은 한국 기업들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 기업들이 홍콩투자청의 다양한 무료 지원 정책을 통해 홍콩을 중국 본토와 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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