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 눈독 들이는 증권사… 디지털자산 몸집 키우나
||2026.04.06
||2026.04.06
증권사들이 가상자산거래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한화투자증권에 이어 한국투자증권도 거래소 지분 인수 검토에 나섰다. 블록체인 업체와 제휴를 맺은 증권사도 상당하다. 수익원 다변화, 고객 접점 방어, 차세대 디지털자산 인프라 선점 등을 위한 행보라는 평가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3위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원의 지분 인수를 포함해 디지털자산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코인원은 창업주 차명훈 대표가 지분 53.4%(더원그룹 지분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일단 한국투자증권은 “다양한 디지털자산 사업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디지털자산 진출 움직임은 작년부터 시작했다. 지난해 말 빗썸과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자회사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작년 6월 가상자산 보관(커스터디) 업체 한국디지털자산수탁과 MOU를 맺기도 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대비해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적지 않다.
경쟁사 미래에셋증권도 디지털자산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은 2월 4위 가상자산거래소인 코빗 지분 92.06%를 인수하는 결정을 내린 뒤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심사 등의 절차를 남겨 놓았다. 미래에셋증권 자체적으로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합병을 앞둔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25.5% 보유 중이고, 홍콩법인 산하에 디지털 법인 ‘디지털 X’를 설립해 토큰증권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한화투자증권도 적극적이다. 두나무 지분 5.93%를 보유 중인 가운데 지난해 말 미국 디지털 지갑 플랫폼 회사 크리서스와 가상자산 인프라 구축 관련 MOU를 맺으며 18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까지 단행했다. 1월엔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쟁글’을 운영하는 ‘크로스앵글’과 글로벌 가상자산 협력에 손을 맞잡으며 정보 경쟁력을 높였다.
가상자산거래소 외 블록체인 기관과 협력을 맺은 증권사도 상당하다. 신한투자증권은 글로벌 블록체인 기관 솔라나재단과 커스터디 인프라 구축 등의 MOU를 맺었고, BNK투자증권도 솔라나재단과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나증권·교보증권·유안타증권·DB증권 등은 최근 국내외 디지털자산 업체들과 토큰증권 관련 MOU를 체결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가상자산거래소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수익모델 확대는 물론, 금융자산 토큰화, 자본시장 인프라 재편 대비 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자산 편입 시 중개 자산 범위를 넓힐 수 있고, 주식·채권 등 다양한 자산이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유통되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자본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 시장 규모가 2033년 18조9000억달러(약 2경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5년 추정치(6000억달러)보다 30배 이상 큰 규모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다양한 금융자산이 토큰화되고, 결제·청산을 포함한 자본시장 인프라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필요한 역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시장이 24시간 거래 체제로 확장되고 새 토큰화 상품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자산 사업은 중장기 경쟁력 확보 차원의 대응”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논의도 요인으로 거론된다. 금융당국과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로 제한하는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규제가 시행 시 최대주주 중심 지배구조인 가상자산거래소는 일부 지분을 매각해야 할 수밖에 없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권사는 기본적으로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얻는 사업인데, 디지털자산 시장은 거래량이 크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원으로 매력적이고 최근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제한 얘기가 나오면서 증권사가 들어가기 좋은 상황”이라면서 “거래소는 사실상 몇 곳 안 되고, 인가도 더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아 지금 선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증권사의 디지털자산 진출은 활발하다. 미국 로빈후드는 2024년 6월 가상자산거래소 비트스탬프를 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발표했고, 이듬해 거래를 마무리했다. 작년 5월에는 2억5000만캐나다달러 규모의 캐나다 디지털자산 플랫폼사 원더파이 인수 결정을 발표했다.
일본 온라인 증권사 모넥스도 2018년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체크를 36억엔에 인수했다. 모건스탠리는 가상자산 인프라 기업 제로해시와의 제휴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 기능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선택은 실적으로 증명됐다. 로빈후드의 영업이익은 비트스탬프 인수 직전 2024년 10억5400만달러에서 지난해 20억9400달러로 2배 가까이 불어났다. 주가도 인수 발표 직전(2024년 6월 5일) 21.57달러에서 2일 68.90달러로 219.4% 상승했다. 일본 모넥스도 인수 발표 직전(2018년 4월 5일)과 비교해 주가가 72.5% 올랐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은 “가상자산거래소 인수가 당장 큰돈이 되는 사업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STO처럼 주식·채권·실물자산 등이 거래되는 시장이 커지면 거래 가능한 자산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증권사 수익 확대엔 긍정적일 것”이라면서 “특히 거래소를 확보한 대형사가 더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신중론도 나온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디지털자산 사업 진출 자체는 기업가치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아직 제도와 규제가 정비되지 않아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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