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목소리 키운 국민연금… 영향력은 찻잔 속 태풍
||2026.04.03
||2026.04.03
국민연금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서 일반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의결권 행사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반대 의견이 실제 안건 부결로 이어지는 경우는 제한적이어서 영향력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지분 희석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한화솔루션의 주식 총수 확대에 찬성하는 등, 의결권 행사 기준의 일관성 논란도 제기된다.
3일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공시한 주주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총 284개 기업 주총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했으며, 이 가운데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은 382건으로 집계됐다.
반대표를 행사한 안건 중에서는 ‘이사 보수한도 승인’이 143건(37.5%)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정관 변경’ 117건(30.7%), ‘사내·사외이사 선임’ 74건(19%) 순이었다.
이는 국민연금이 단순한 재무적 판단을 넘어 경영진 보상 체계와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대해 적극적으로 견제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사 보수와 관련해서는 성과 대비 과도한 보상이나 주주가치와의 괴리를 주요 반대 사유로 제시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신세계, 롯데지주, 미래에셋, LG생활건강, LG CNS, 셀트리온, HD현대마린엔진, 한화생명, SK이노베이션, LS에코에너지 등의 이사 보수한도 승인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정관 변경 안건 비중이 30%를 넘은 점도 눈에 띈다. 정관 변경은 통상 발행 가능 주식 수 확대나 이사회 구조 개편 등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국민연금이 사전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적극 개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LS에코에너지, 크래프톤, CJ대한통운, 롯데지주, 미래에셋증권, 셀트리온, SK이노베이션, 케이씨텍, HD현대일렉트릭 등의 정관 변경안에 반대했다.
이사 등 선임 안건에 대해서 반대한 비율도 19%를 차지하며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사회 독립성과 감시 기능을 중시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4일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와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 밖에도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 등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져 안건이 부결된 경우는 드물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효성중공업의 이사 정원을 16명에서 9명으로 축소하는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은 “일반주주의 주주제안 및 집중투표제 청구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표를 던졌지만 특별결의 요건인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 중 실제 부결된 비율은 2022년 1.4%, 2023년 3%, 2024년 4%로 저조했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영향력이 제한적인 배경에는 지분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요 상장사 지분율은 대체로 5~10% 수준에 머물러 단독으로 의결 결과를 뒤집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관성 논란도 불거졌다. 한화솔루션은 약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기 이틀 전 열린 주주총회에서 발행 예정 주식 수를 3억주에서 5억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연금은 해당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는데, 이후 채무 상환을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가 발표되면서 주주가치 희석 가능성을 사실상 용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변화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질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추가 과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한다는 것은 국민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기관으로서 투자 기업이 주주 친화적 경영을 하도록 유도하는 당연한 책무”라며 “의결권 행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총 이전에 의결권 행사 방향과 사유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밝혀 다른 기관투자가나 소액주주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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