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유치경쟁에 수십조 쓴 생보사… 소비자 피해는?
||2026.04.02
||2026.04.02
보험사의 무리한 외형 경쟁이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생명보험사가 지난해 사업비로만 25조원 넘게 쏟아부으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데 따른 것이다.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 수익성이 떨어지자 건강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해 설계사 수수료와 영입 인센티브를 대폭 키운 결과다.
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들의 지난해 사업비 지출액은 25조8038억운으로 집계됐다. 생보사 사업비는 2022년 말 9조6221억원에서 2023년 말 18조5799억원, 2024년 말 22조930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이 5조395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화생명 4조8971억원 ▲교보생명 2조9143억원 ▲신한라이프 2조4986억원 ▲NH농협생명 1조1102억원 ▲라이나생명 1조487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사업비는 보험계약 모집과 유지,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설계사 수수료와 광고선전비, 인건비, 점포 운영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중 대부분이 설계사 수수료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 급증 원인으로는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한 제3보험 시장 공략이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간 건강보험은 손보사 주력 시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생보사들은 2023년 이후 종신보험 수익성이 예전 같지 않다고 판단하고 건강보험 판매를 빠르게 확대했다. 기존 주력 상품만으로는 외형 성장과 수익 확보가 쉽지 않다고 봤다고 봐서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간 설계사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보험사들은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과 핵심 설계사, 지점장 등을 끌어오기 위해 공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일부 영업조직 스카우트 과정에서 많게는 10억원 안팎의 인센티브가 오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회사가 수십조원대 사업비를 쏟아부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달라진 회계제도가 있다. 2023년 IFRS17 도입 전에는 설계사 수수료 같은 사업비를 비교적 짧은 기간에 나눠 반영하거나, 많이 쓴 비용은 그해 실적에 바로 털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보험 계약 기간 전체에 걸쳐 사업비를 나눠 회계 처리할 수 있다. 보험기간이 긴 상품일수록 당장 실적에 잡히는 비용이 적어 보이다 보니, 보험사들이 설계사 영입과 판매 경쟁에 예전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과도한 사업비 지출은 배당 여력도 떨어뜨렸다. 금융당국은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늘어난 배경으로 생보사들의 과도한 사업비 경쟁을 지목하고 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 가입자가 중도 해지할 때 돌려줄 돈에 대비해 쌓아두는 자금이다. 이 돈은 배당 재원으로 쓸 수 없다. 결국 사업비를 많이 쓸수록 준비금 부담이 커지고, 그만큼 주주에게 돌려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배당을 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사업비 경쟁이 결국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설계사 수수료와 영입 인센티브에 막대한 자금이 몰릴수록 같은 보험료 안에서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보장 경쟁력이나 환급 조건은 약해질 수 있어서다. 판매 실적 위주의 경쟁이 심해지면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 계약으로 갈아타게 하는 부당 승환 가능성도 커진다. 보험사 외형 경쟁의 비용을 소비자가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IFRS17 시행 이후 보험사는 CSM 확보를 위해 사업비 지출 확대 유인이 커진 상황”이라며 “사업비 상각기간이 보험 전 기간으로 확대되면서 수수료 지급 경쟁이 심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비 지출 경쟁이 보험사 장래이익 훼손과 부당 승환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영업 효율성과 성과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사업비 지출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