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 기다리다 돌핀으로”… 현대차, BYD 흥행 ‘틈’ 줬나
||2026.04.02
||2026.04.02
중국 완성차 업체 BYD가 지난 2월 한국 시장에 출시한 소형 전기차 ‘돌핀(DOLPHIN)’이 출시 한 달 만에 사전계약 2000대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2000만원대 가격 경쟁력과 현대자동차의 ‘캐스퍼 일렉트릭’ 출고 지연이 맞물리며 일부 대기 수요가 이동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이번 현상은 단순한 신차 흥행을 넘어 전기차 시장의 수요 구조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가격과 상품성뿐 아니라 ‘공급 속도’가 소비자 선택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BYD가 초기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YD는 중국 내수 점유율 하락과 미국·유럽의 정책 변화 등으로 대외 환경이 악화되자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국내 진출한 BYD는 가성비 전략과 함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세단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그 결과 2025년 6107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판매 ‘톱10’에 진입했고, 올해 1~2월에는 2304대를 판매하며 5위에 올랐다.
특히 올해는 ‘돌핀’이 가세하면서 초기 시장 반응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출고 지연을 주요 요인으로 지목한다.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캐스퍼 일렉트릭의 출고 대기 기간은 최대 23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량 대비 생산능력이 부족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모델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위탁생산 방식으로 생산되며, 주간 1교대 체제로 연간 생산능력은 약 5만대 수준에 그친다.
회사는 수요 대응을 위해 올해 캐스퍼 일렉트릭과 캐스퍼 가솔린 모델 생산을 각각 4만8622대, 9778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생산 물량의 약 90%가 유럽 등 해외 시장에 배정되면서 출고 대기 기간 단축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일부 소비자가 대체 모델로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구매와 출고 사이 간격이 길어질수록 소비자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며 “출고 지연이 지속될 경우 대기 수요가 경쟁 모델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도 수요 이동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돌핀의 국내 판매 가격은 2450만원으로, 수입차 가운데 처음으로 2000만원대에 진입했다.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2200만원대까지 낮아진다. 반면 캐스퍼 일렉트릭은 2787만원부터 시작하며, 보조금을 적용할 경우 두 모델 간 가격 차이는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가격은 전기차 구매 결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2025년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비구매 의향자의 25%가 높은 가격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BYD는 한국 시장 진출 초기부터 이 같은 가격 민감도를 반영해 동급 대비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펼쳐왔다.
상품성 측면에서도 두 모델 간 격차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캐스퍼 일렉트릭과 돌핀 기본형이 각각 315킬로미터(㎞), 307㎞로 유사한 수준이다. 여기에 돌핀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파노라마 루프 등 주요 편의 사양을 기본 적용해 경쟁력을 높였다.
BYD의 가격 전략은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기는 동시에, 시장 경쟁 구도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사례는 특정 모델의 흥행을 넘어 공급 공백이 경쟁 구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가격과 성능뿐 아니라 공급 안정성까지 포함한 종합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을 갖춘 모델이 적시에 공급될 경우 수요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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