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농촌까지, DX에서 AX로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
||2026.04.01
||2026.04.01
한국에서도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정부도, 대학도, 기업도 모두 이 화두를 말하고 있다.
다만 현장을 냉정하게 보면 한국의 많은 조직은 아직 시스템 정비, 데이터 축적, 일부 생성형 AI 실험을 병행하는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지금의 중국은 이미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개별 시스템 구축이나 행정 전산화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데이터가 실제로 흐르고 인공지능이 업무를 수행하는 산업 재편의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2026년 중국 정부 업무보고는 디지털경제 핵심 산업 부가가치가 국내총생산의 10.5%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밝혔고, 국가 차원에서는 ‘스마트 경제’를 전면에 올렸다. 지금 중국의 변화는 단순한 디지털화 확대가 아니라, 본격적인 지능화 국면의 진입으로 읽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 변화는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선전(深圳), 광저우(广州) 같은 1선 도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에서 자주 쓰는 1선, 신1선, 2선, 3선, 4선, 5선 도시는 공식 행정구분은 아니지만, 실제 산업·소비·도시 경쟁력을 설명할 때 널리 쓰이는 분류다. 더 중요한 것은 현급도시와 현 단위 지역까지 변화가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중국의 DX와 AX는 이제 초대형 도시의 플랫폼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산업도시, 기초 행정도시, 농촌, 산업단지, 병원, 대학, 양식장, 목장까지 함께 움직이는 구조가 됐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보면 중국의 기존 단계는 부처별 정보시스템 구축과 지방별 플랫폼 정비였다. 그러나 지금 중국이 향하는 다음 단계는 국가 데이터 인프라, 데이터 생산요소, 산업용 인공지능 학습과 운영에 쓸 수 있도록 정제된 데이터, 안전한 데이터 공동활용 체계를 기반으로 한 산업 지능화다. 국가데이터국(国家数据局)은 2025년 전국에서 접수한 251개 사례 가운데 56개를 대표 사례로 선정했는데, 이는 몇 개 사업을 단순히 뽑았다는 뜻이 아니라 의료, 행정, 교육, 연구, 제조, 도시 운영, 교통, 수자원, 사법, 크로스보더 분야를 포괄하는 국가 차원의 데이터 운영 모델을 표준 참고사례로 제시했다는 의미다. 중국의 DX가 이제 “시스템을 얼마나 깔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를 국가 기반시설처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로 올라섰다는 뜻이다.
공공행정은 이 변화가 가장 빠르게 드러나는 분야다. 과거의 디지털 행정이 온라인 민원, 전자문서, 원스톱 창구를 만드는 단계였다면, 지금 중국의 선도 도시는 지능형 행정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광둥성 선전시의 AI 행정 보조 서비스 ‘선샤오아이(深小i)’는 민원 상담, 조회, 신청, 평가 흐름에 인공지능을 넣어 400만 회 이상의 응답과 높은 응답률을 공개했다. 같은 광둥성 선전시 푸톈구(福田区)는 AI 기반 행정 보조 시스템을 281개 행정 활용 분야에 투입했고, 인공지능을 행정과 산업 전반에 확산하는 적용 사례를 1000건 이상 발표했다. 광둥성 광저우시도 행정용 거대 AI 모델을 바탕으로 각 부처의 인공지능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기존의 전자정부가 민원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일이었다면, 지금 중국의 일부 지방정부는 인공지능이 행정 내부의 처리 절차와 문서, 응대, 감독 효율까지 바꾸는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1차 산업으로 내려가면 변화는 더 의외로 크다. 한국에서는 스마트농업을 대체로 시설농업이나 스마트팜 중심으로 떠올리기 쉽지만, 중국은 농업, 수산업, 축산업 전반에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하고 있다. 허난성 뤄양시의 중국일탁(中国一拖)은 베이더우(北斗, 중국의 위성항법 시스템) 기반 무인 트랙터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즉 베이더우 기반 무인 트랙터란 중국의 자체 위성항법 시스템을 활용해 정밀하게 주행하고 작업하는 농기계를 뜻한다. 중앙정부도 스마트 농기계와 스마트 의료기기를 AI 확산의 핵심 대상으로 함께 언급하고 있다. 과거 농업의 디지털화가 기계화와 일부 자동화 수준이었다면, 지금 중국은 농업을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결합된 국가 전략 산업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수산업에서는 광시좡족자치구 방청강시 둥싱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지역의 새우 양식장은 ‘AI 공장장(양식장 운영을 자동 분석·제어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해 수중 카메라, 센서, 알고리즘을 결합하고 있다. 시스템은 24시간 새우 상태와 수질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하며, 양식장 물관리와 사료공급을 자동 조절한다. 장쑤성 난퉁시 계열의 스마트 수산양식 사례 역시 수질 모니터링, 자동 제어, 질병 원격진단, 생산 운영관리,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추적하는 체계를 보여준다. 과거 양식업이 숙련자의 경험과 현장 감각에 크게 의존했다면, 지금 중국의 일부 수산업은 데이터와 자동 제어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축산업은 중국 안에서도 아직 편차가 큰 분야다. 중국 정부에서도 중국 축산업의 인공지능 적용은 여전히 데이터 단절, 표준 부족, 분야별 분절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내몽골자치구 시린골맹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의 실행 방안에서 AI 목걸이, 전자귀표, 드론 방목, 질병 예경보, 정밀 급이, 육종 알고리즘을 포함한 스마트 목장 체계를 제시했다. 다시 말해 축산은 아직 완성형 산업이라기보다, 중국이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려는 대표적 전통산업으로 보는 것이 맞다. 농업과 수산업에서 이미 데이터 기반 운영모델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축산업은 이제 그 구조를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2차 산업, 즉 제조업에서는 중국의 차이가 더 선명하다. 기존 단계의 제조 디지털화는 자동화 설비, 생산관리시스템, 공정 모니터링, 일부 산업인터넷(설비와 공정을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체계) 도입이었다. 그러나 지금 중국 제조업이 향하는 방향은 공급망, 설계, 품질, 검사, 안전, 에너지, 운영관리까지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말하는 ‘탁월급 스마트공장(전국 선도형 상위 등급 스마트공장)’은 이미 일정 수준의 스마트제조 기반을 갖춘 공장이 디지털 전환, 네트워크 협업, 지능화 고도화를 통해 전국 선도 모델이 되는 단계를 뜻한다. 또 ‘5G기반의 공장’은 단순히 무선통신을 붙인 공장이 아니라, 공장 운영 전반을 고속·저지연 네트워크와 데이터로 연결하는 제조 모델이다. 푸젠성은 2025년 국가급 5G 공장 38개가 새로 명단에 올랐고, 상위 스마트공장 등급도 다수 확보했다. 즉 중국 제조업은 자동화 공장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공장 전체를 지능형 운영체계로 재편하는 단계로 움직이고 있다.
중소 제조업과 기초 지역도 놓쳐서는 안 된다. 중국의 강점은 먼저 대기업과 특정 산업이 밀집한 지역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고, 그 모델을 다른 기업과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데 있다. 푸젠성 취안저우시 리청구는 2026년 정부 업무 보고 과정에서 24개 규모 이상 기업의 디지털 전환 개조를 추진했고, 그중 20개가 이미 투입 시험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랴오닝성 차오양시 카좌현은 227개 5G 기지국을 기반으로 공단 통합 플랫폼과 기업 디지털 개조를 동시에 추진했다. 장시성 난창시 진셴현은 의료기기 산업에서 병원·대학·기업 협력을 통해 지역 제조업의 기술 전환과 기술사업화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의 다음 단계는 대기업 자동화 경쟁이 아니라, 산업 밀집 지역 전체를 지능화된 생태계로 바꾸는 데 있다. 이것이 중국 제조업 전환의 진짜 무게중심이다.
3차 산업에서는 금융, 의료, 교육이 중국 AX의 성숙도를 가장 잘 보여준다. 금융권의 기존 단계가 모바일뱅킹, 고객관리시스템, 리스크관리 전산화였다면, 지금은 에이전트형 업무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공개자료에 따르면 초상은행(招商银行)은 내부 개발과 운영 업무에 인공지능을 800개 이상의 활용 분야에 적용했고, 자체 개발한 DevAgent(개발자의 코딩·테스트·업무흐름을 보조하는 개발용 인공지능 도구)는 월 4만8000건 이상의 개발 작업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안후이 지역 금융권은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OCR(문자인식), 거대 AI 모델을 결합해 대규모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다. 증권업에서도 은하증권(银河证券)은 거래 현장의 전문 용어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통해 문의에서 주문으로 이어지는 전환 효율을 높인 사례로 소개됐다. 금융은 데이터가 풍부하고 규칙이 상대적으로 명확하기 때문에 중국 AX가 가장 빠르게 상용화된 업종 중 하나로 봐야 한다.
의료와 교육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장쑤성의 의료영상 데이터 운영서비스 플랫폼은 성 단위 의료 데이터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구축됐다. 공개 사례에서는 원격 심전도 서비스가 80개 기관, 3만5000명 이상을 커버하며 의료기관 효율을 40% 높였다고 제시한다. 상하이교통대(上海交通大学)는 AI for Science(인공지능을 활용해 과학연구 방법 자체를 바꾸는 접근) 플랫폼을 구축해 생성형 인공지능과 과학연구를 결합하고 있다. 쓰촨성 청두시의 쓰촨대학 화시구강병원은 ‘화시구강 지롄 대모델(구강 진료·진단·영상보고서 생성 등을 지원하는 전문형 멀티모달 의료모델)’을 통해 보조진단과 영상보고서 생성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과거 단계가 기관별 전산화와 온라인화였다면, 지금 중국은 병원-대학-기업-데이터 플랫폼을 하나의 연구-사업화 연결 구조로 묶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형 영역, 즉 데이터 인프라, 에이전트, 로봇, 저고도 경제 같은 신산업에서는 속도가 더 빠르다. 여기서 저고도 경제(드론, 저고도 물류, 저공 순찰, 도심형 항공서비스처럼 낮은 고도에서 이뤄지는 비행 기반 산업)는 최근 중국이 강하게 육성하는 신산업 분야다. 2026년 보아오포럼에서 바이두(百度)는 10대 기업용 AI 에이전트 사례를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전력 순찰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톈궁(天工)’, 자동차 설계 기간을 크게 줄인 사례, 거래 효율을 높인 금융 분야 사례가 포함됐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문서에는 AI, 스마트 단말, 에이전트, 저고도 경제, 대규모 AI 연산 인프라(인공지능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계산 자원을 집적한 기반시설)가 함께 언급된다. 중국의 신산업은 이제 기술 시연을 넘어, 에너지, 교통, 제조, 물류, 농업과 실제로 연결되는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결국 중국의 DX와 AX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과거의 중국이 “디지털 도입을 확대하던 나라”였다면, 지금의 중국은 “데이터를 국가 기반시설로 만들고, 인공지능으로 산업 운영과 행정 운영을 다시 짜는 나라”가 되고 있다. 그것도 베이징과 상하이의 대기업만이 아니라, 광둥성 선전시와 광저우시 같은 1선 도시, 푸젠성 취안저우시 리청구 같은 산업도시, 랴오닝성 차오양시 카좌현과 내몽골자치구 시린골맹 같은 기초 지역, 그리고 광시좡족자치구 방청강시 둥싱시의 양식장과 허난성 뤄양시의 농기계 현장까지 함께 움직이고 있다.
한국이 중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면, 단순히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는지를 볼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데이터 전략이 지방정부의 행정 개혁으로 이어지고, 다시 1차·2차·3차 산업과 신산업으로 연결되는 이 입체적 구조를 봐야 한다. 중국의 DX는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섰고, AX는 일부 시범사업이 아니라 산업 질서를 다시 그리는 수준으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이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어떤 산업 현장에서 데이터를 흐르게 하고, 어떤 업무를 인공지능이 실제로 바꾸게 할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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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대표는 한·중 산업·기술과 자본시장, 투자·M&A, 정책·기업 협력 생태계를 연결하는 크로스보더 전략 전문가다. 36Kr, BEYOND EXPO, HiredChina, Draper Dragon의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피더블유에스그룹(PWS GROUP)을 창업했다. 아시아 최대 로펌 잉커로펌(YINGKE LAW FIRM) 한국 파트너로 활동하며 한·중 기업 자문,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 지원, 양국 간 크로스보더 M&A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국유 철강 기업 시노스틸(中国中钢集团)과 중관촌 창업 생태계 핵심 기관인 중국 베이징 중관촌 창업거리(中关村创业大街) 창업 플랫폼 이노웨이에서 근무하며 중국 산업 및 혁신 생태계 현장 경험을 축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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