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서프’도 소용없다… 전쟁·터보퀀트發 악재에 삼전닉스 내리막
||2026.04.01
||2026.04.01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를 예고하고도 웃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인공지능(AI) 특수로 실적 눈높이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나, 중동 전쟁과 구글 ‘터보퀀트’ 등 대외 악재가 장기화하며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는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1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7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당초 30조원대 초반에서 최대 45조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엔비디아와 구글 등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본격 공급하고, 세계 최초로 양산한 6세대 HBM4가 차세대 AI 가속기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이다. SK하이닉스 역시 1분기 영업이익 30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80%대 성적표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장밋빛 실적 전망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 공포감 확산에 가려졌다. 30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이 9.88%, 샌디스크가 7.04% 폭락하며 반도체 대장주들이 일제히 무너졌다. 이 영향으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23% 급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타격을 입었다. 3월 3일부터 30일까지 양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약 372조원이 증발했다. 3월 31일의 하락분까지 합산하면 증발 규모는 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증시 전체 시총 감소분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주가 폭락의 주범으로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소비 위축과 구글이 공개한 AI 압축 알고리즘 ‘터보퀀트’가 꼽힌다. 터보퀀트는 동일한 메모리로 최대 6배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게 해주는 기술로, AI 시대의 ‘메모리 수요 폭증’ 공식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 사태와 유가 상승이 맞물리며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확대되고 있다”며 “자산가격 결정 변수가 성장보다 할인율로 이동했고 실적 추정치 하향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시장에 대한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장의 불안감은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수개월간 급등했던 DDR5 메모리 현물가격은 3월 말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국 선전 화창베이 등 일부 유통 채널에서는 재고를 털어내려는 ‘투매’ 조짐까지 나타나며 일주일 만에 가격이 30% 넘게 빠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주가 방어를 위해 3월 31일 14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보통주 약 7336만주와 우선주 1360만주를 4월 2일 소각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3월 31일 삼성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5.16% 급락한 16만72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시장 반전에 실패했다.
SK하이닉스의 고민은 한층 깊다. 2월 말 장중 109만9000원까지 치솟으며 ‘100만닉스’ 시대를 열었던 주가는 3월 31일 현재 80만7000원까지 밀려났다. 고점 대비 25% 가까이 빠진 주가는 현재 추진 중인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계획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주가 급락이 ADR 상장 시 밸류에이션 저평가로 이어져 자금 조달 규모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목표액을 맞추기 위해 신주 발행을 늘릴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물타기’ 반발에 직면할 수 있으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도 하락에 흥행 부진으로 이어질 위험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계획에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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