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천선도 위험… 外人 34조 순매도에 시총 1천조 증발
||2026.03.31
||2026.03.31
코스피가 한 달 만에 1000포인트 넘게 급락하며 5000선 붕괴를 위협받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향후 방향성을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지수가 과거 국가적 위기 수준까지 낮아져 저점 통과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5000선이 무너질 경우 4000대 중반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24.84(4.26%) 하락한 5052.4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2.53% 내린 5143.75로 개장한 뒤 장 초반 낙폭을 키우며 5100선을 내줬다. 불과 한 달 전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수는 단기간에 1000포인트 이상 빠지며 급격한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3월 들어 국내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1000조원 가까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의 시가총액은 4159조858억원으로 중동전쟁 발발 직전 거래일인 2월 27일(5146조3731억원) 대비 약 987조원 줄어들었다. 국내 대표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월 합산 시가총액 감소분은 472조8645억원으로 전체의 45%를 차지한다.
이번 하락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중동 리스크가 꼽힌다. 이란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 가운데 기술주 중심의 변동성 확대까지 맞물렸다. 특히 구글의 ‘터보퀀트(TurboQuant)’ 이슈가 반도체 업황 기대를 약화시키면서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반도체 대형주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터보퀀트는 AI 모델이 동일한 메모리로 최대 6배 많은 용량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기술로, 구글의 터보퀀트 공개로 국내외 반도체 업종에 강한 하방 압력을 받았다.
수급 측면에서도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35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은 3월 한 달간 삼성전자를 약 18조2400억원, SK하이닉스를 약 8조1500억원 순매도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3월 한 달간 35조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난 19일부터 9거래일 연속 ‘조 단위 매도’를 이어갔다. 대형주 중심의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지수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코스피 방향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 밸류에이션이 과거 금융위기 등 국가적 위기 수준까지 낮아진 만큼 이미 저점 구간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가격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중장기 관점에서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이익 사이클 확장 국면과 비교해 S&P500과 코스피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며 “코스피와 코스닥 합산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반도체·하드웨어 업종 비중이 5.1%로, 과거 고점(6.5%) 대비 낮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코스피 5000선이 붕괴될 경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4000대 중반까지 낙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외국인 수급이 단기간 내 반전되지 않을 경우 하락 추세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안이 현재 수준에서 그칠 경우 코스피 하단은 5000선 부근에서 형성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추가 충격이 발생할 경우 과거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 당시와 유사한 최대 낙폭(-30%)을 감안하면 4400선 내외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 자체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올해 초 상승장은 기업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한 ‘이익 주도 장세’였다는 점에서 이번 조정이 구조적인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기업 실적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기업의 이익은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전체 증시의 이익(EPS)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이익 모멘텀이 강하거나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종목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터보퀀트 이슈 등으로 단기 변동성은 확대됐지만 국내 반도체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코스피 1분기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도 전년 대비 96.4% 증가한 127조원으로, 분기 기준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은정 기자
via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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