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빅2, 5월 미중 정상회담 ‘촉각’...수출 호황 갈림길
||2026.03.31
||2026.03.31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5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다시 통상 변수의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양국이 반도체·핵심광물 분야의 상호 의존을 줄이기 위한 '윈윈 출구'를 모색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3개월 연속 역대 최대 수출을 경신 중인 한국 반도체 업계로서는 회담 결과에 따라 호황의 방향이 갈리는 국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5월 14~15일로 예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3월 말 방중 예정이었으나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연기됐다. 중동전의 군사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과의 통상 전선까지 동시에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이는 역설적으로 대중 화해 국면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채드 바운 PIIE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반도체와 핵심광물을 연계한 호혜적 협상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방식을 변형해 양국이 상대방의 시장지배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되 충돌 리스크를 제한하자는 구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미중 반도체 분쟁은 전례 없는 수위로 격화됐다. 미국은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수출통제를 확대했다가 철회하고, 중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까지 통제 범위를 넓혔다. 올해 들어서는 엔비디아·AMD의 인공지능(AI)용 반도체에 수출세를 부과했다.
중국도 자국 기업에 미국산 AI칩 구매 중단을 비공식 지시하고,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 비율 50%를 의무화하는 조치로 맞섰다. 지난해 10월 양국 정상이 APEC정상회의에서 만나 휴전에 합의했지만 관세와 수출통제 수위는 2024년 대비 여전히 높은 상태다. 5월 회담이 사전 합의를 공식화하는 자리가 된다면 수출통제 범위 조정이 의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장비·소재 조달과 대중 판매 채널 양면 리스크 상존
이러한 미중 간 화해 국면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PIIE 보고서는 미국·일본·유럽이 반도체 장비의 89%, EDA 소프트웨어의 95% 이상을 공급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이 공급망 위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해 중국에 수출하는 구조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3월 1~20일 반도체 수출은 186억5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3.9% 급증했고, 같은 기간 대중 수출은 69%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기준 1월 658억5000만달러, 2월 674억5000만달러로 전체 수출도 3개월 연속 역대 최대 행진 중이다. 대중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회담 결과에 따른 영향 폭도 커졌다.
관건은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합의 수준이다. 수출통제가 현 수준에서 동결되는 것만으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빅2에는 긍정적이다. 현재 AI 반도체 수요가 수출 호황을 견인하고 있는 만큼, 추가 규제 없이 현 상태가 유지되면 대중 수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합의가 동결을 넘어 완화 방향으로 진전될 경우, 수출 확대 여지는 더 커진다. 미국이 엔비디아·AMD AI칩에 부과한 수출세를 낮추면 중국 내 AI 인프라 투자가 다시 늘어나고, 이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확대로 직결되는 흐름이다.
중국이 반도체 장비 국산화 50% 의무를 유예하거나 완화하면 한국 장비·소재 기업의 대중 수출 경로도 숨통이 트인다. PIIE 보고서가 제안한 호혜적 협상 프레임워크가 실현되면 양측이 수출통제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협상이 결렬되거나 재격화 국면에 진입하면 장비·소재 조달 경로와 대중 판매 채널 양쪽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수출통제를 반도체 장비 부문까지 강화하면 한국 기업의 생산 기반 자체가 영향권에 들어간다. PIIE에 따르면 미국·일본·유럽이 반도체 장비의 89%를 공급한다. 한국은 해당 장비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어 중국에 파는 구조인 만큼, 장비 수출통제 확대는 제조 역량에 직접 타격이 된다.
앞서 2025년 미국이 중국 기업 해외 자회사까지 수출통제를 확장했을 때 네덜란드 넥스페리아의 반도체 수출이 차단되며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된 바 있다. 한국 메모리 기업도 중국 내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어 유사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통제 범위가 어디까지 조정되느냐가 메모리 실적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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