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신현송 내정에 쏠린 눈… 혁신보다 안정? [예금토큰 도입 ④]
||2026.03.31
||2026.03.31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지명된 가운데 국내 디지털자산 정책 무게추가 ‘중앙은행 중심 디지털화폐’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스테이블코인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신 후보자의 정책 기조가 향후 제도 설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은행 차기 총재 후보자에 신현송 BIS 통화경제국장을 지명했다. 신현송 후보자는 학계와 국제기구를 두루 거친 국제금융 및 통화정책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실용적 매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신 후보자의 지명으로 국내 디지털자산 정책 방향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신 후보자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다소 부정적 의견들을 내비친 바 있다.
신 후보자는 지난 10일 BIS에서 낸 보고서에도 “블록체인의 프로그래머블 화폐와 자동화 결제, 투명한 장부 등 혁신은 금융 효율성과 포용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기능은 탈중앙화 합의 없이도 구현 가능하며, 중앙은행 중심의 ‘통합 원장’ 구조에서도 제도적 신뢰를 기반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이 신 후보자는 민간 중심의 스테이블코인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및 예금토큰 도입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BIS가 주도하는 CBDC 프로젝트인 아고라 프로젝트를 이끌기도 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토큰화된 은행 예금과 기관용 중앙은행 화폐를 활용해 국가 간 지급결제의 효율성 개선 가능성을 모색하는 연구다.
시장에서는 신 후보자의 이러한 정책 성향이 향후 디지털자산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신 후보자는 총재 취임 이후 디지털화폐 정책에서 속도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기조가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국내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 및 CBDC, 예금토큰 설계 방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우려 섞인 시각도 나온다. 한은이 발행하는 예금토큰이나 CBDC 도입에 대해선 속도를 내는 반면, 핀테크·가상자산 기업 등 비은행권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선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무분별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제도화 지연으로 공백이 이어질 경우 규제받지 않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어 “초기에는 제한적으로 도입해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한국은행의 감독 권한을 제도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업계 간 이견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한은은 은행 지분 과반이 넘는 컨소시엄(50%+1주)만 발행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중앙 기관이 관리하는 분산원장에 대한 효율성을 훨씬 더 경제학적으로 높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처럼 채권시장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구조에서는 미국식 자본시장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다 가치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결국 현금화가 용이한 예금토큰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 교수는 “예금토큰 중심 구조에만 의존할 경우 은행이 지급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혁신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며 “초기에는 예금 기반으로 시작하되, 장기적으로는 채권시장과 연계된 자본시장형 스테이블코인으로 확장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 후보자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할 예정이다. 한은 총재 임기는 4년이며, 한 차례 연임 가능하다.
정서영 기자
insy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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