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풀리기’ 민낯… 보험사, 2년만에 본업 수익 4조 뚝
||2026.03.31
||2026.03.31
국내 보험사들이 지난해 거둔 보험손익이 2년만에 4조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실손보험과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등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부풀려졌던 실적 거품이 빠지는 모습이다.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회계적 착시가 걷히면서 보험사 실제 체력이 드러나고 있다는 시각이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보사 22곳과 손보사 30곳의 합산 보험손익은 2023년 13조3870억원에서 2025년 9조5395억원으로 28.7% 감소했다. 생보업계는 22.7% 줄었고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부진 등이 겹치며 32.4% 급감했다.
보험사별로는 실적 편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손보사 중에서는 ▲DB손해보험 1조5500억→1조0359억(-33.2%) ▲KB손해보험 8329억→6267억(-24.8%) ▲현대해상 5265억→3961억(-24.8%) ▲삼성화재 1조9334억→1조5195억(-21.4%) ▲메리츠화재 1조4971억→1조4254억(-4.8%) 순으로 보험손익이 줄었다.
생보업계에서는 ▲삼성생명 1조4485억원→9747억원(-32.7%) ▲한화생명 6509억원→3444억원(-47.1%) ▲동양생명 2341억원→1138억원(-51.4%) 등 주요사가 감소했다.
중소형사 타격은 더 치명적이다. 손보사의 경우 ▲농협손해보험 1173억→-22억(적자 전환) ▲롯데손해보험 4685억→270억(-94.2%) ▲흥국화재 3084억→1432억(-53.6%) 등을 기록했다. 생보사 중에서는 ▲KDB생명 652억→-127억(적자 전환) ▲ABL생명 388억→-907억(적자 전환) 등 적자를 본 사례가 속출했다.
특히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회계 가정법을 두고 당국과 대립해온 만큼 산정 방식 정상화 과정에서 조정 폭이 컸다는 분석이다.
반면 ▲교보생명 2327억원→3916억원(+68.3%) ▲신한라이프 6636억원→7042억원(+6.1%)는 증가했다. 보수적인 회계 가정을 적용한 회사일수록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실적 쇼크는 보험사들이 낙관적 가정에 기반해 회계처리를 해온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보험사들이 미래 이익(CSM)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손해율과 해지율을 유리하게 설정했으나, 실제 지급된 보험금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과 실손보험 손해율 등에 대해 보수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기존 가정과의 괴리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생명(3702억원) ▲한화생명(3799억원) ▲현대해상(3502억원) 등 대형사에서만 3000억원이 넘는 예실차(예상손해액과 실제 손해액 차이) 손실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예실차를 예상손해액으로 나눈 '예실차율'을 5% 이내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삼성생명은 1년 전 1%대에서 7.7%로 치솟았고 한화생명은 15.2%에 달했다.
앞으로 보험사들이 계리가정을 통해 단기 실적을 확대하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실적 왜곡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해지율과 손해율 등 주요 계리가정을 보다 보수적으로 설정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하반기 정기검사를 통해 적용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계리가정 설정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필요 시 관련 기준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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