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에 ‘기독교 색채’ 입히는 美 헤그세스…군 종교 중립 ‘흔들’
||2026.03.30
||2026.03.30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군에 기독교 색채를 주입하면서 헌법상 정교 분리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헤그세스 장관 취임 이후 종교 중립 원칙을 고수해 온 군 관행이 급격히 붕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펜타곤(국방부 청사) 내에서 매달 복음주의 예배를 주최하고, 소셜미디어(SNS)로 반기독 세력을 ‘적’으로 규정하는 글귀를 공유하는 등 기독교 신자로서 공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예컨대 헤그세스 장관은 월례 예배에서 자신이 소속된 기독교 교단 목사들을 펜타곤으로 초청해 장병들에게 설교를 듣게 했으며, 설교자 중에는 여성의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극단적 사상의 인사가 포함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특히 최근 이슬람 국가인 이란과의 전쟁 국면이 이어지면서 헤그세스 장관의 행보는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는 지난 25일 국방부에서 진행한 기도에서 “자비를 받을 자격이 없는 자들에게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바란다”며 “위대하고 강력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담대한 확신을 가지고 모든 것을 간구한다”고 발언했다.
같은 날 그는 군종병에 대한 두 가지 개혁안을 발표, 군인들의 소속 종교 종류를 대폭 줄이고 군종 목사(군목)들의 근무복에 달린 계급장을 종교 휘장으로 교체할 것이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군대 내 장병들의 종교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행정 코드 분류는 200개 이상에서 31개로 축소되는데, 소수 종교가 사실상 배제될 수 있으며 군의 전문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미군은 전통적으로 전쟁 상황에서 종교의 영향력을 인정하면서도, 특정 신앙이 지나치게 세를 확대하는 것을 경계해 왔다.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은 9·11 테러 직후 전개된 테러 소탕 작전 ‘무한 정의 작전’이 이슬람교의 ‘무한 정의’ 개념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하루 만에 ‘항구적 자유 작전’으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개인 신앙 노출을 최소화하며 군의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이러한 기조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군 내부에서도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부 군목과 장교들은 특정 신앙을 믿지 않을 경우 의사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아예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 주방위군 부사령관을 지낸 랜디 매너 예비역 육군 소장은 “최근 현역 군목들로부터 장관의 종교관에 동조하지 않으면 소외된다는 제보를 듣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가 군 조직의 핵심인 소속감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특정 종교를 앞세워 어떤 행위도 정당화되거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력이 하나로 결속되지 못하는 부차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문제 의식이 있지만 불이익이 우려돼 침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방부는 모든 종교 활동이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며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킹슬리 윌슨 국방부 대변인은 “기도 모임은 강제되지 않으며 참석 여부에 따른 불이익도 없다”며 “종교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 또한 종교 활동이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군 조직 특성상 ‘자발성’이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정교분리연합의 레이첼 레이저 회장은 “헤그세스 장관의 행보는 포용성을 향한 군의 진전을 급제동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정교 분리 시민단체인 아메리칸스 유나이티드는 “헤그세스가 직위와 납세자 자금을 남용해 종교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 펜타곤이 기도회 관련 공공 기록 공개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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