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물가·세금 폭탄 피해 ‘탈뉴욕’… 짐 싸는 월가 거물들, 선벨트로 남하
||2026.03.30
||2026.03.30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를 상징하는 대형 금융사들이 미국 뉴욕을 떠나 잇따라 남부 선벨트 지역에 둥지를 틀거나,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는 상업용 부동산 임대료와 물가가 세계에서도 가장 비싸기로 손 꼽힌다. 여기에 조란 맘다니 신임 뉴욕 시장 취임 이후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효율을 최우선으로 삼는 금융 거물들은 핵심 자본시장 기능과 상징성만 뉴욕에 남겨두고, 미래 성장을 견인할 새 고급 일자리와 지휘 기능 일부는 텍사스와 플로리다로 돌리는 혼합 모델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각) 운용자산 규모만 142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대체자산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아폴로)는 임직원에게 “뉴욕 본사와 나란히 텍사스나 사우스플로리다에 제2 본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아폴로 같은 대체자산운용사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인 금융 상품을 넘어 사모펀드, 부동산, 인프라 등 비전통적 자산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린다. 아폴로는 이 시장에서 블랙스톤과 함께 두 축으로 군림했다. 특히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받아주지 못했던 기업·인프라·자산금융 수요를 흡수하며 급성장했다.
아폴로도 2020년 1700명 수준이던 임직원 규모가 지난해 4000명 이상으로 불었다. 아폴로 대변인은 이 결정이 “미래 채용 인재상과 기업 비전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앞으로 성장에 필요한 신규 인력 대부분은 제2 본사에서 채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아폴로가 내린 이번 결정은 월스트리트 남하 현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월스트리트를 고집했던 금융사들은 팬데믹을 전후해 앞다퉈 남부로 향하고 있다. 1000조원을 관리하는 얼라이언스번스타인(AB)은 2018년 뉴욕을 떠나 테네시주 내슈빌로 글로벌 본사 이전을 발표했다.
월가 터줏대감 골드만삭스는 텍사스주 댈러스에 5000명 이상을 새로 수용하는 새 캠퍼스를 지었다. 기업 전체를 옮기는 극단적 방식 대신, 특정 사업 부문을 통째로 떼어내거나 대형 허브를 신설하는 전략이다. JP모건은 텍사스 직원이 3만1500명으로 뉴욕을 제치고 미국 내 주(州) 기준 최대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가 아닌 다른 지역을 터전으로 했던 굵직한 금융사들도 선벨트 지역에 새 거대 자본 생태계를 구축했다. 미국 최대 증권사 찰스 슈왑은 202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텍사스주 웨스트레이크로 기업 본사를 이전했다. 서부 금융의 강자 웰스파고 역시 자산관리 부문 본사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로 옮기기로 확정했다. 억만장자 투자자 켄 그리핀이 이끄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시타델은 2022년 본사를 시카고에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옮겼다. 그리핀은 당시 마이애미를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부상하는 도시”라고 했다.
월스트리트는 세계 금융 1번지라는 독보적인 상징성을 지닌다. 다만 그 대가로 높은 세율과 팍팍한 규제 환경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았다. 반면 텍사스와 플로리다는 주 정부 차원에서 각종 규제가 금융업계 친화적이다.
대표적인 차이는 세제다. 뉴욕시 고소득자는 주(州) 최고 10.9%, 시(市) 최고 3.876%를 합쳐 개인소득세율이 최고 14.776%까지 뛴다. 반면 텍사스와 플로리다는 주 개인소득세가 없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같은 연봉을 제시해도 남부가 인재 유치 비용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고연봉 인력 이전 비용과 보상 부담도 낮추기 쉽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 11월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메리카 비즈니스 포럼에서 “높은 세금과 과도한 규제를 부과하는 주 정부들이 기업과 주민을 쫓아내고 있다”며 “(금융사들을) 플로리다나 텍사스 같은 친성장 선벨트 지역으로 탈출하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런 흐름을 두고 월스트리트 전체가 붕괴하거나 뉴욕을 완전히 버리는 엑소더스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자산운용사 한 곳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대형 로펌, 회계법인, 컨설팅 업체 등 관련 서비스 산업까지 도미노처럼 따라붙는다. 맨해튼에는 투자은행, 사모펀드, 로펌, 회계법인, 자문사가 한데 몰려 있어 큰 거래를 굴리는 핵심 네트워크가 이미 촘촘하게 형성돼 있다. 사무실 일부를 남부로 옮길 수는 있어도, 이런 기능까지 한꺼번에 떼어내기는 쉽지 않다.
젊은 주니어 인재들 사이에서 뉴욕이 주는 압도적 문화적 매력과 경력 개발 기회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도 주요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최근 오히려 뉴욕 내 부동산 규모를 대폭 확대하며 이탈 흐름에 역행했다.
코넬대 사회학과 크리스토발 영 교수는 영국 매체 가디언 인터뷰에서 “고소득층은 가족이나 경제적 네트워크 등 특정 지역에 대한 강한 애착을 굳건하게 형성하고 있다”며 “뉴욕 같은 대도시가 제공하는 문화적 혜택과 사업 기회를 포기하고 떠날 때 겪는 복잡성이 세금 인상분보다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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