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中에서 친환경차 4.1만 대 생산 목표…전기차 본고장서 ‘정면승부’ [biz-플러스]
서울경제|김우보 기자|2026.03.30
전체 판매목표도 10% 이상 늘려 내연차 중심 전략 전면 재정비 6월 맞춤형 전기 세단 출시 예고 판매량 20만→30년 50만대 목표 미·유럽 흔들…中 돌파구 절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CEO.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 올해 생산량을 전년 대비 10% 이상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전기차(EV)를 포함한 친환경차 생산량을 전년 대비 33배 이상 늘리는 등 내연기관 중심 전략을 전면 재정비하고 비야디(BYD), 지리 등 토종 기업들이 장악한 현지 전기차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올해 주요 권역별 생산 세부 계획을 내부에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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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로 中 공략’…5년간 신차 20종 출시
올해 중국 시장 생산 목표는 전년 대비 10.8% 높은 21만 8000대로 설정했다. 전체 글로벌 생산 증가율을 0.5%로 보수적으로 전망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핵심 시장인 북미(3.1%)와 인도(3.1%), 유럽(-0.1%)의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규모로 현대차의 ‘대(對)중국 공략 의지’와 ‘성장 자신감’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의 성장률을 빠르게 끌어올릴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중국 법인인 베이징현대의 올해 친환경차 생산 목표를 전년 대비 3312.8% 급증한 4만 1500대로 정했다. 이 법인의 내연기관 생산 목표(17만 4750대)가 9.7% 줄어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베이징현대의 전체 생산량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0.6%에서 올해 20% 수준으로 크게 뛸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생산 신차 라인업도 확대한다. 현대차는 향후 5년간 중국에서 신차 20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20만 대 수준인 판매량을 2030년까지 50만 대로 높인다는 구상이다.
6월 중 맞춤형 전기차 세단 출격…현지 트렌드 신속 대응
현대차가 전기차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한 배경에는 중국 시장의 급격한 수요 변화가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내수 시장을 빠르게 재편하면서 내연기관차 선호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국 자동차 판매 조직인 중국승용차연석회의에 따르면 올해 중국 내 내연기관차 수요는 905만 대로 지난해(1129만 대) 대비 2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로’라는 새로운 중국 전략을 처음 공개했다. 향후 5년간 중국 맞춤형 신차 20종을 출시해 현재 20만 대 수준까지 떨어진 판매량을 2030년 50만 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이다.
업계에서는 이 신차 라인업의 핵심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 6월 중국 맞춤형 전기차 세단(프로젝트명 EA1c) 출시를 목표로 양산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 최대 자동차 전람회인 베이징모터쇼의 다음 달 개막을 앞두고 자사의 전동화 비전을 알릴 대대적인 캠페인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가 중국 포트폴리오를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하는 것은 현지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에 따르면 올해 중국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수요는 905만 대로 전체 내수(2445만 대)의 3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만 해도 77%에 달하던 비중이 불과 4년 만에 반토막 날 정도로 시장 재편 속도가 가파르다.
올해 중국 전체 자동차 수요가 전년 대비 0.5%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전기차 수요는 같은 기간 18.1% 늘어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현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현대차는 과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여파로 판매 부진에 빠진 데 이어 전기차 전환 흐름에도 뒤처지면서 중국 내 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현대차 중국 법인인 베이징현대의 현지 시장 점유율은 2022년 1.2%에서 지난해 0.5%까지 하락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전면 손보지 않으면 중국 시장에서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차는 친환경차 비중을 대폭 끌어올리는 것을 중국 반등의 핵심 축으로 삼는 모양새다. 구체적으로 베이징현대는 올해 친환경차 생산 목표를 4만 1500대로 전년 대비 30배 넘게 늘렸다. 반면 내연기관 생산 목표는 9.7% 줄였다. 그 결과 베이징현대 전체 생산에서 친환경차 비중은 지난해 0.6%에서 올해 19.2%로 18.6%포인트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中 틈새 찾자’…점유율 1%P만 올려도 25만 대 효과
현대차에 세계 최대 내수시장과 성장 잠재력을 지닌 중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점유율을 1%포인트만 끌어올려도 단순 계산으로 연간 25만 대를 추가로 판매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이는 현대차가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에서 한 해 파는 물량을 모두 합한 것(약 19만 대)을 넘어서는 규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올 1월 한중 비즈니스 포럼 이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에서 판매량과 생산량이 많이 떨어졌지만 겸손한 자세로 생산과 판매를 늘려가겠다”며 중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비야디(BYD)와 지리자동차를 비롯한 중국 현지 업체가 이미 7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넘어야 할 산이다. 현지 강자들이 이미 내수시장을 장악한 만큼 현대차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중국 내 절대 강자인 BYD조차 지난해 순이익이 4년 만에 처음 뒷걸음질쳤을 만큼 최근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은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된 상황이다. BYD는 최근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순익이 326억 위안(7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현지 업체들이 시장 주도권을 잡은 상황”이라면서도 “현대차로서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 게 제3국에 투자하는 것보다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중국에서의 반등으로 미국 등 핵심 시장에서의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현대차는 지난해에만 분기당 1조 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상태다. 미국 다음가는 시장인 유럽 역시 경제 성장세가 꺾이면서 구매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다. 현대차는 올해 유럽 내 판매 실적이 역성장(-0.1%)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