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전쟁 여파로 호주 내 연료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빅토리아주 정부가 민생 안정을 위해 '대중교통 한 달 무료'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29일 호주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는 4월 1일부터 멜버른 시내 트램과 열차, 광역 열차, 주 전역의 버스 노선이 모두 무료로 운영된다. 이번 조치는 유류비 부담 경감과 도로 정체 해소를 위한 대응이다.
자신타 앨런 빅토리아주 총리는 "이번 조치는 고물가와 유가 폭등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가계 부담을 즉각 덜어주기 위한 응급 처방"이라며 "도로 위 차량을 줄여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고 생활비를 낮추는 실질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빅토리아주 정부는 현재 하루 10.60 호주달러(평일 기준)인 대중교통 요금 상한액을 고려할 때, 주 5일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4월 한 달간 약 230~250달러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 재무부는 이번 정책 시행으로 약 7000만 호주달러(한화 약 630억원)의 세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의 파격적인 대책에도 불구하고 연료 공급 부족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호주 전역에서 '패닉 바잉(사재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주요 매장에서는 20리터들이 대형 연료통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차고에 기름을 비축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요 폭증으로 일부 매장의 재고가 바닥난 상황"이라며 공급망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앤서니 알바니지 연방 총리가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고 나섰다. 알바니지 총리는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것이 호주 방식"이라며 사재기 행위를 강력히 비판했다.
유가 폭등은 사회 안전망까지 흔들고 있다. 최근 멜버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야간에 주차된 차량의 연료탱크를 파손하고 기름을 훔쳐 가는 범죄가 급증했다. 일부 주유소는 기름을 넣고 그대로 달아나는 '유류 절도'를 방지하기 위해 선불 결제 시스템을 전격 도입했다.
농촌 지역의 타격은 더 직접적이다. 수확기를 맞은 농가들은 트랙터와 콤바인에 주입할 디젤 연료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유가 급등에 공급 불안정까지 겹치면서 일부 농장에서는 기계 가동을 멈추고 수확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어업계 역시 치솟는 디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조업을 중단하거나 인력 감축을 시작하는 등 산업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