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뛰는데 수익 無”… 휴머노이드 로봇 ‘성장형 적자’
||2026.03.28
||2026.03.28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빠른 기술 진보와 달리 수익성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가치는 급등하고 있지만 주요 기업들의 적자 규모는 오히려 확대되는 흐름이다. 이는 로봇 산업이 아직 시장 형성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데다 하드웨어 중심 구조와 높은 연구개발(R&D) 비용 부담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상용화 이전까지 이러한 ‘성장형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시각과 함께 향후 산업 주도권이 일부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앞세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틀라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는 30조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021년 인수 당시 11억달러(약 1조6500억원)와 비교하면 20배 넘게 상승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나스닥 상장 시 기업가치가 최대 14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와 달리 수익성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5년 매출 1501억원으로 29% 성장했지만, 순손실은 5284억원으로 오히려 확대됐다. 인수 이후 누적 손실은 1조7000억원을 넘어섰고 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기업가치가 급등하는 동안 재무 구조는 악화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현상은 로봇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화로보틱스 역시 매출이 증가했지만 적자 폭이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화로보틱스는 2023년 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는 177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커졌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30억원에서 179억원으로 증가했다.
2025년 실적 흐름도 유사하다. 계열사 공시를 통해 확인된 한화로보틱스의 2025년 매출은 11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7%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은 322억원으로 80% 이상 확대됐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주요 기업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외형 성장과 손익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성장형 적자’가 산업 전반에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계열사 의존 매출 구조가 일정 수준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로봇 산업은 ‘시장’보다 ‘기술 개발’이 앞선 상태다. 휴머노이드는 인공지능(AI), 센서, 구동계, 제어 기술이 결합된 복합 시스템으로 완성까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된다. 반면 현재로서는 수요가 제한적이다. 가정용 시장은 사실상 형성되지 않았고 기업용 역시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산업 구조 측면의 제약도 뚜렷하다. 하드웨어 중심 구조로 인해 소프트웨어와 달리 생산량이 늘기 전까지 원가 절감이 어렵고, 이에 따라 장기간 적자가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수익 모델 부재도 한계로 지적된다. 로봇은 아직 ‘판매 제품’이라기보다 ‘개발 프로젝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기술 진보 속도에 비해 사업 모델이 따라가지 못하는 전형적인 초기 산업의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로봇 기업들은 제품 판매 단계라기보다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단계에 있다”며 “수익성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투자는 확대되는 추세다. 현대글로비스가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25년 보스턴다이내믹스에 891억2615만원을 추가 출자해 지분을 10.95%에서 11.25%로 확대했다. 반복되는 자금 투입은 현재 사업 구조만으로는 수익 창출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는 대규모 선행 투자가 요구되는 산업 특성과 맞닿아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8년까지 아틀라스 3만대 양산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양산 이전까지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 실제 수요가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 비용이 먼저 투입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 개발 속도에 비해 시장 형성이 더딘 구조로, 단기간 내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자금 조달 방식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외부 자금 확보를 위한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된다. 그룹 차원의 투자만으로 누적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자본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수익 창출 기반이 제한적인 만큼 상용화 경로도 제약적이다. 업계는 휴머노이드가 단기간 내 대중 시장에 진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대신 물류·제조 등 특정 산업에서 부분적으로 활용되는 ‘제한적 상용화’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은 분명 미래 산업이지만 모든 기업이 생존하는 구조는 아닐 것”이라며 “데이터와 플랫폼을 확보한 일부 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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