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美 증시 상장 이유..."100조 모아야 다음 있다"
||2026.03.27
||2026.03.27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SK하이닉스가 공개한 설비투자 계획 합산액이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를 염두하듯 회사는 공식적으로 순현금 100조원 확보를 내걸었다. 실탄 확보를 위해 미국 증시 상장까지 추진한다. HBM 수요 폭증에 올라탄 속도전이 본격화됐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절차에 공식 돌입했다. 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Form F-1 등록신청서를 비공개로 제출했으며, 곽노정 사장은 25일 주주총회에서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조달 자금은 메모리 설비투자에 투입될 예정이다.
ADR 추진의 배경에는 급팽창하는 투자 수요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청주 전공정 팹 M15X(20조원), 후공정 팹 P&T7(19조원),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1기 팹(31조원), ASML EUV 장비 계약(약 12조원) 등을 잇따라 결의했다. 공개된 수치만 합산해도 82조원이다.
여기에 ADR 공모로 거론되는 10조~15조원, 용인 팹 공시에 별도로 명시된 장비 도입 비용과 R&D 투자까지 더하면 100조원을 상회한다. HBM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33% 성장할 것이라는 회사 전망을 감안하면, 이 투자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곽 사장이 이날 주주총회에서 순현금 100조원 이상 확보를 중장기 재무 목표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순현금은 12조7000억원으로, 2024년 말 8조5000억원 순차입금에서 1년 만에 전환된 수치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64%에서 46%로 낮아졌다.
그러나 앞으로 집행해야 할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현재 현금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곽 사장은 "과거와 같은 다운턴이 오더라도 꾸준히 투자하고 성장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며 "충분한 현금은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자산인 동시에 시장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한 훌륭한 보험"이라고 말했다.
캐파 확보 일정도 앞당기고 있다. 용인 1기 팹 첫 클린룸 오픈은 당초 2027년 5월에서 2월로 단축됐다. M15X는 당초 계획보다 앞선 2025년 10월 클린룸을 열었다. P&T7은 2026년 4월 착공해 2027년 말 완공이 목표다. 서두르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해 HBM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고, 4분기 디램 ASP는 전분기 대비 20% 중반, 낸드 ASP는 30% 초반 급등했다. 곽 사장은 "AI 인프라 및 온디바이스 확산에 따라 HBM뿐만 아니라 AI 디램과 AI 낸드 수요 증가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 발행 논란 속 "규모·방식 미결정"
100조원 목표를 두고 주주환원 축소 우려가 나오자 곽 사장은 "순서의 문제"라고 답했다. 현금을 먼저 충분히 쌓아야 이후 더 큰 규모의 배당과 자사주 소각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곽 사장은 "작년 주총 때 주가가 20만7000원이었고 올해는 100만원이 넘었다"며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적기 투자와 기술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회사는 지난해 주당 1500원 특별배당과 약 12조24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포함해 총 14조원대 주주환원을 실행했다.
다만 신주 발행 방식에 대한 주주 반발은 변수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잉여현금흐름이 넘치는 상황에서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되는 신주 발행에 반대한다"며 자사주 취득 후 미국 상장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ADR 발행 규모와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곽 사장도 주총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는 앞서 컨퍼런스콜에서 "2026년 CAPEX 규모는 지난해보다 상당한 수준의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달 방식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도 투자 속도를 늦출 수 없다는 것이 회사의 일관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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