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직 물러난 구광모 …LG 지배구조 실험 ‘시총 4위 탈환’ 변수 될까
||2026.03.27
||2026.03.27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8년 만에 지주사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며 그룹 전반에 사외이사 중심 지배구조 체제가 구축됐다. LG그룹은 최근 한화그룹에 ‘시가총액 4위’ 자리를 내준 가운데 이번 변화가 기업가치 제고와 순위 반등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LG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박종수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은 2018년 대표이사 회장 취임 이후 유지해온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박 의장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한국세무학회 회장을 지낸 조세·회계 전문가다. 2023년 사외이사로 합류해 감사위원회, 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에서 활동해왔다.
이번 결정으로 LG는 지주사를 포함해 주요 상장 계열사 전반에 걸쳐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이뤘하게 됐다. 앞서 LG전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등 11개 상장사가 동일한 구조로 전환을 마쳤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여성 이사회 의장이 선임되며 이사회 다양성도 강화됐다.
같은 날 열린 ㈜LG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을 뒷받침하는 정관 변경안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전자주주총회 도입,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변경,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 제한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권봉석 COO 부회장은 “소액주주 권익을 강화하고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주주환원 정책도 유지했다. 보통주 1주당 3100원, 우선주 3150원의 연간 배당을 확정하며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당기순이익 감소에도 배당을 유지한 것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시점상 의미가 크다. 최근 방산·조선 업황 호조를 바탕으로 한화그룹이 급부상하면서 현재 시가총액 기준 약 180조원 안팎으로 LG(약 170조원대)를 제치고 4위에 올라서면서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산 기준 재계 순위와는 다르지만, 시장에서는 투자자 평가의 변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LG의 이번 결정을 두고 ‘기대’와 ‘한계’가 공존한다고 평가했다. 총수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함으로써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ESG 평가 개선 및 글로벌 투자자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반면 기업가치의 실질적 상승은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등 주력 사업의 업황에 좌우된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LG의 시가총액 순위 회복 여부는 지배구조 개선 자체보다 산업 환경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수요 회복과 배터리 업황 반등이 이뤄질 경우 재평가가 가능하지만, 반대로 한화가 방산·조선 슈퍼사이클을 이어갈 경우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의 이사회 의장직 사임은 LG 지배구조 변화의 상징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단기적인 주가 부양에 그칠지, 아니면 중장기적으로 그룹 전반의 경쟁력 강화와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결국 사업 포트폴리오의 성과와 산업 업황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선이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밸류업을 위해서는 배터리·화학 등 핵심 사업의 실적 회복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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