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반대하면 주총에서 부결되나?…실제 부결율은 4% 수준
||2026.03.26
||2026.03.26
26일 상장사 절반가량이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가운데, 주주들의 관심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앞서 일반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다만 지난해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낸 안건 가운데 실제 부결된 비율은 4%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부결률은 낮지만, 국민연금이 의견을 제시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민연금 수탁책임위원회는 지난 19일 제5차위원회를 열고 HS효성첨단소재, LG전자, 포스코퓨처엠, 네이버, 우리금융지주, POSCO홀딩스, 고려아연,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KT&G, 신한금융지주, 하이트진로, 한솔케미칼 13개사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두 조직이 나누어 의결권 행사를 판단하는 구조다. 대부분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가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결정하고, 대형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분쟁, 총수 관련 안건 등 중요 사안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별도로 심의·의결한다.
국민연금은 이번 회의에서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 네이버와 KB금융지주의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 한솔케미칼의 자기주식 처분 계획 승인 안건 등 13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와 별도로 기금운용본부도 3월 예정된 주주총회 안건 가운데 일부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기업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주요 상장사의 지분 5~10%가량을 보유한 기관 투자자로, 일부 기업에서는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외국인 투자자나 소액 주주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상법 개정 취지를 반영해 일반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지분율 10% 이상 보유 기업에 대해서만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개했지만, 앞으로는 지분율 5% 이상 보유 기업까지 공개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실제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부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일자, 의안, 결의 내역, 행사 내용 등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국민연금은 523개 안건(13%)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이 중 반대 안건의 부결률은 21건(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최근 사례에서도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된 경우가 많다. 국민연금은 지난 20일 삼성물산의 이정식 전 고용노동부 장관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했지만 해당 안건은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또 미래에셋증권의 김미섭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 역시 국민연금이 반대했으나 지난 24일 주총에서 원안대로 가결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도 26일 주주총회에서 90%가 넘는 찬성률로 통과됐다.
다만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낸 사례 중 부결된 사례도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19일 효성중공업이 이사 정원을 축소하려던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고 실제 부결됐다. 이사 수를 줄일 경우 상법 개정으로 도입된 ‘집중투표제’의 실효성이 약화되고 소액주주의 이사회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이 실제 부결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시장에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주주 지분이 높은 기업의 경우 국민연금이 반대하더라도 실제 부결로 이어지기 어렵다”면서도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명확히 밝히는 것만으로도 외국인 투자자나 의결권 자문기관에 일종의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반 결의사항은 대주주와 우호지분만으로도 통과되는 경우가 많지만, 정관 변경 등 특별결의 사항은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실제로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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