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현수막 ‘비상’… 중동사태 나비효과
||2026.03.26
||2026.03.26
중동 사태 후 공급처에서 원자재 값을 30% 올리겠다네요.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현수막 업체. 50평 남짓 크기의 공장에는 현수막을 만드는 기계가 10대 있었다. 하지만 2대만 가동 중이었다.
직원 조모(40)씨는 공급처의 가격 인상 통보에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고물가·고환율에 2년 전부터 꾸준히 원자재 값이 오르긴 했지만, 이번처럼 크게 뛴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재료값 오르는데, 가격 올리기도 어려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현수막 업계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지만, 경쟁 탓에 현수막 제작비를 올리지 못하면서 고스란히 비용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6·3 지방선거) 때 현수막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수막 업체들은 재료 공급가를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잇달아 받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현수막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원자재를 납품하는 중간 업체가 15% 인상하겠다고 연락했다”며 “주문은 적은데 재료 값만 오르니 참 막막하다”고 했다.
최근 쓰레기 봉투 사재기 움직임 등과 마찬가지로 빡빡한 나프타 수급이 원인이다. 현수막은 나프타에서 나온 기초 유분(에틸렌 등)을 합성한 폴리에스터 원단과 염료로 제작한다.
국내 수입 나프타의 약 54%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나프타 공급이 줄었다. 국제 나프타 가격도 전날 기준 톤(t)당 1000달러 선을 뚫으며 3주 만에 1.5배 뛰었다. 나프타를 기초로 한 원료들 가격이 줄줄이 오른 배경이다.
서울 중구의 현수막 업체 사장 박모(52)씨도 폴리에스터 원단 가격이 전쟁 이후 15% 넘게 올랐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대형 업체 등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점이다.
박씨는 “가격을 올리면 손님들이 떠날까봐 쉽게 인상하지 못한다”며 “중국산 원자재를 쓰고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대형 업체가 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현수막 성수기 ‘선거 효과’ 놓칠라
현수막 업계의 ‘성수기’로 꼽히는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것도 변수다. 현수막 주문이 일시적으로 몰리면 원자재 품귀현상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보통 선거 기간 현수막을 세 차례 교체하고, 선거 후 당선·낙선 인사 현수막까지 총 네 번 주문한다. 공직선거법상 현수막은 지역 내 읍·면·동 수의 두 배까지 설치할 수 있다.
만약 읍·면·동 수 5곳이라면 후보자 1명이 40개의 선거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지방선거 때 약 14만개의 현수막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현수막 원단 3개월분, 제작 원료 6주치를 비축하고 있다”면서도 “선거 기간에 폭증하는 현수막 수요에 대비해 외국에서 수입하거나, 현수막 섬유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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