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마나한 보험사 책무구조도… 오너 이사회 의장 겸직 여전
||2026.03.26
||2026.03.26
이사회 독립성 강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일부 보험사는 요지부동이다. 자산 규모가 5조원 이상인 대형 보험사 31곳 중 상당수는 대표이사나 오너 일가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독립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책무구조도 제출 대상에 포함된 자산 5조원 이상 보험사 31곳 중 11곳은 대표이사 또는 오너 일가가 의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권혁웅 한화생명 대표 ▲김대현 흥국생명 대표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 ▲송윤상 흥국화재 대표 ▲김영만 DB생명 대표 ▲원종익 코리안리 회장 ▲임문택 IBK연금보험 대표 ▲이명순 SGI서울보증 대표 등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특히 오너 기업의 경우 특정 인물이 장기간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경향이 뚜렷하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1999년부터,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은 2004년 임시 주주총회 이후 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김정남 DB손보 부회장도 2006년 첫 선임 이후 현재까지 의장을 맡고 있다.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를 새롭게 선임할 예정이다. 기존 김대현 흥국생명 대표는 흥국화재로 자리를 옮기고, 흥국생명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김형표를 새 대표로 선임할 계획이다.
다만 두 회사 역시 정기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기 위한 정관 변경은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경영진 교체와 별개로 기존과 마찬가지로 내부 인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제도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것을 핵심 원칙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대표이사가 의장까지 맡을 경우 이사회가 경영진을 감독·견제하기 어렵고, 주요 의사결정이 CEO 의중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서다. 이에 금융당국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를 권고하고 있다.
다만 현행 법체계상 대표이사나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책무구조도 역시 강행 규정보다는 내부통제 체계 정비를 위한 원칙과 가이드라인 성격이 강하다. 지배구조를 바꾸도록 하는 유인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금융당국의 방침에 호응하며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보험사도 적지 않다. KB손해보험·KB라이프·신한라이프·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동양생명·메리츠화재·KDB생명 등은 지난해 초만 해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책무구조도 도입에 맞춰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그럼에도 상당수 보험사는 여전히 대표이사 또는 오너 중심의 의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회사들의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영진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는 이사회 독립성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로 꼽힌다. 대주주나 대표이사가 의장을 맡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을 줄이고,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다.
글로벌 기준에서도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구조는 선진 지배구조의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경영을 집행하는 역할과 이를 감독하는 역할을 분리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대표이사나 사내이사가 의장을 맡는 구조에서는 이사회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비판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문제”라며 “선임사외이사를 두더라도 대표이사의 영향력이 강한 구조에서는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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