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대표 행보 촉각… 믿을맨 前 한미 CEO 명맥 잇나
||2026.03.25
||2026.03.25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퇴임이 확정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가 그의 다음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 사후 ‘한미맨’들이 잇따라 외부에서 존재감을 키워온 흐름 속에서, 제조·품질 전문가로 평가받는 박 전 대표가 그 계보를 이어 또 하나의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에 따르면 박재현 대표는 이달 31일 정기주주총회를 끝으로 한미약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재선임이 무산된 가운데 대주주와의 갈등 끝에 회사를 떠나는 만큼, 자연스럽게 시장에서는 그를 ‘FA(자유계약선수)’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제약업계에서는 통상 대형 제약사 최고경영자 출신 인물이 시장에 풀리는 경우가 많지 않은 만큼, 박 전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관심은 단순 인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한미약품 출신 인사들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행보는 ‘한미맨’ 계보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과거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신화를 이끌었던 이관순 전 부회장은 명인제약으로 자리를 옮겨 전문경영인 역할을 이어가고 있고, 권세창 전 사장 역시 차바이오그룹으로 이동해 연구개발(R&D)을 총괄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처럼 한미 출신 경영진이 외부에서 다시 한번 성과를 입증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박 전 대표 역시 그 흐름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의 강점은 명확하다. 1993년 한미약품에 입사한 그는 팔탄 스마트팩토리 공장장과 제조본부장을 거치며 생산 시스템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린 ‘제조·품질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한미약품 팔탄공장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스마트 공정의 대표 사례로 꼽히며, 글로벌 진출을 위한 생산 인프라의 기준점으로 여겨진다. 이 공장을 직접 설계하고 운영한 경험은 단순한 운영관리 능력을 넘어, 공정 혁신과 품질 체계 구축 역량까지 입증하는 이력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대표 재임 기간 동안 경영권 분쟁이라는 변수 속에서도 회사의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내부 갈등이 극심했던 상황에서도 한미약품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박 전 대표의 조직 장악력과 운영 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이는 단순한 ‘공장형 전문가’를 넘어, 경영 전반을 통제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한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이력을 고려하면, 박 전 대표의 차기 행보는 몇 가지 방향으로 압축된다. 우선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생산 효율화와 품질 체계 고도화가 필요한 중견 제약사나 바이오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또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의 이동이다. 특히 자금은 확보했지만 생산 역량이 부족한 기업, 혹은 글로벌 진출을 앞두고 공장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박 전 대표가 ‘영입 0순위’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사모펀드(PE)나 투자 자본이 참여한 헬스케어 포트폴리오 기업에서의 역할이 거론된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투자 이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제조·품질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박 전 대표의 이력은 이러한 수요와 맞닿아 있다. 단순한 성장 전략이 아닌, 공정 혁신과 생산 효율 개선을 통한 실질적 가치 상승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CDMO(위탁개발생산)나 원료의약품(API) 기업으로의 이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규제 대응과 품질 기준이 갈수록 높아지는 환경에서, 생산 시스템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린 경험은 무엇보다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글로벌 규제기관 대응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박 전 대표의 경험은 실질적인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된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대주주와의 갈등 과정에서 보여준 강한 리더십은 한편으로는 전문경영인의 독립성과 소신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 내 이해관계 조율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향후 어떤 기업이 그를 영입하느냐에 따라 이러한 평가의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재현 전 대표의 향후 행보는 단순한 개인 커리어를 넘어, ‘한미맨’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고 재편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수출과 연구개발 중심의 한미 DNA가 외부에서 다시 꽃을 피운 것처럼, 이번에는 제조·품질 중심의 경쟁력이 새로운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장은 연구개발 못지않게 생산과 품질 경쟁력이 중요한 시기”라며 “박 전 대표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해당 기업의 체질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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