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도 커피값 인하 난색… 환율·원두 ‘이중 부담’
||2026.03.25
||2026.03.25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에 라면·과자·아이스크림·제빵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하에 나선 가운데, 커피업계로 인하 흐름이 확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커피 기업들은 원가 부담과 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 인하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에서는 다음 가격 인하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동서식품을 지목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국내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 1위인 동서식품을 대상으로 시장 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가격을 부당하게 인상하거나 유지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동서식품은 최근 3년 사이 두 차례 제품 출고가격을 인상했다. 2024년 11월 원재료값 상승을 이유로 인스턴트 커피·커피믹스·커피음료 가격을 평균 8.9% 올린 데 이어, 2025년 5월에도 평균 7.7% 추가 인상했다. 당시에는 전 세계 이상기후로 커피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원재료 가격 강세가 이어진 점이 주요 인상 요인으로 꼽혔다.
동서식품의 경우 원두 가격 상승과 환율 부담이 가격 인상 배경으로 꼽히지만, 설탕 비중이 높은 커피믹스 특성상 최근 설탕 가격 하락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서식품의 대표 제품인 ‘맥심 모카골드’는 1포당 당류가 약 6그램(g) 수준이며,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도 커피믹스 한 봉지의 절반가량이 당류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서식품은 가격 인하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은 “국제 정세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고, 원두를 달러로 수입하는 구조상 환율 부담도 높은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국내 캡슐커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네슬레코리아의 ‘네스프레소’는 올해 1월 국내에서 판매하는 캡슐 커피 제품 14종의 가격을 캡슐당 최대 7% 인상했다. 이는 2025년 3월 오리지널 캡슐 커피 가격을 최대 10.4% 올린 이후 10개월 만의 추가 인상이다.
스타벅스, 이디야커피,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등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2025년 원두 가격 상승과 운영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다.
스타벅스는 2025년 1월 커피와 티 음료 등 톨 사이즈 음료 22종 가격을 100~300원 인상했고, 투썸플레이스도 같은 해 3월 커피와 케이크 등 58종 가격을 평균 4.9% 올렸다. 할리스는 2025년 1월 일부 제품 가격을 공지 없이 200~300원 인상했다. 폴바셋도 비슷한 시기 가격을 200~400원 올렸고, 커피빈은 드립커피와 디카페인 원두 옵션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다. 이디야는 2025년 7월 아이스티류와 베이커리류 39종 가격을 올린 데 이어, 같은 해 12월 기본 사이즈를 라지로 통일하면서 31종 가격을 평균 297원(6.9%) 인상했다.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최근 원가 변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격 조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커피업계가 가격 인하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가 부담이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 등의 영향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 원두 가격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7원 오른 1517.3원에 마감했다.
국제 원두 시세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국내 커피 수입 물가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달러로 결제하는 원두 수입 단가가 상승하고, 이는 유통사와 카페 업계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원두를 비롯한 주요 원부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환율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임대료와 인건비, 물류비 등 제반 비용도 동시에 상승해 가격을 낮출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점 수익 구조까지 함께 고려해야 해 가격 정책을 단순히 조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동서식품이나 네슬레처럼 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제조업체는 상대적으로 가격 조정 여지가 있지만, 가맹점을 보유한 프랜차이즈는 점주 과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며 “본사가 공급가격을 유지한 채 소비자 가격만 낮출 경우 점주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두 가격뿐 아니라 임대료, 인건비 등 비용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점도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가격 인상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일부 원가가 하락하더라도 소비자 가격은 쉽게 낮아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가격 결정 구조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이어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은 상승할 때는 빠르게 가격에 반영되지만 하락할 때는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특히 독점·과점 구조에서는 이러한 비대칭성이 더 두드러진다”며 “물가 안정이 중요한 정책 목표인 만큼 기업들도 인하 요인을 일부 반영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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