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치 않은 보험사 주총… 높아진 견제 수위에 진땀
||2026.03.25
||2026.03.25
올해 보험사 정기 주주총회는 안건 대부분이 원안대로 가결됐으나 그 과정은 예년만큼 순탄치 않았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선 영향이다. 여기에 행동주의 펀드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경영진을 향한 견제 수위가 전례 없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보험사 주총에서는 ▲이사회 구성 ▲성과보수 ▲자사주 활용 등 주요 안건마다 기관투자자들의 반대 의견이 잇따라 제기됐다. 안건 자체는 대부분 통과됐지만 예전처럼 큰 이견 없이 넘어가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은 DB손해보험 주총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DB손해보험은 주총 전부터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얼라인파트너스는 DB손해보험 지분 약 1.9%를 보유한 주주다. 자본 배치와 주주환원 정책 등을 문제로 지적하며 DB손보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했다. 해당 제안은 주총 표대결로 이어졌다. 회사 측은 이현승 LHS자산운용 회장과 김소희 전 AIG손해보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얼라인은 민수아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와 최흥범 전 삼정KPMG 파트너를 각각 후보로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회사측이 추천한 김소희 후보와 얼라인이 추천한 민수아 후보에 각각 찬성표를 던졌다. 해당 표심이 반영되며 결과적으로 회사 측과 주주제안 측이 1석씩 나눠 갖는 형태로 이사회 구성이 이뤄졌다. 보험사 이사회에 주주제안 인사가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해상 주총에서는 자사주 처분 방식을 둘러싼 공방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대해상은 전체 자사주(12.29%)의 대부분을 소각하되, 3%가량은 임직원 성과급 지급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주가 안정을 위해 취득한 자사주를 내부 보상 재원으로 쓰는 것은 취득 목적에 어긋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비록 해당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으나, 자사주 활용을 감시하는 시장의 눈높이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러한 기류는 아직 자사주 처리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한화생명(자사주 13.49%)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이 자사주의 '목적 외 활용'에 제동을 걸고 나선 만큼, 향후 한화생명이 내놓을 선택지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한화생명 주총에서는 자사주와 관련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았다. 이외 상정된 안건은 모두 가결됐지만,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들의 이사 보수 관련 안건에 대해서도 일제히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여기에 글래스루이스, ISS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까지 가세하며 보험사를 향한 압박은 거세지는 추세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총 시즌을 기점으로 보험사 주총의 성격이 변화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주주 영향력 아래 안건이 무난히 처리되던 과거와 달리, 기관투자자와 행동주의 펀드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경영진의 의사결정 부담이 실질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징성과 영향력이 큰 만큼 사실상 정책 방향이 반영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며 “과거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던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제고와 일반 주주 권익 보호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또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주총 시즌인 만큼 이런 흐름이 본격화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는 임원 보수나 사외이사 선임 등 기존 무난하게 통과되던 안건들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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