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의 시작]1. 전기차 -침묵의 엔진, 산업혁명 틈에서 태어나다
||2026.03.24
||2026.03.24
[뉴스컬처 최병일 칼럼니스트]
세상 모든 사물에는 시작점이 있다. 기원(오리진)이라고 할 수도 있고 역사의 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원을 파헤치는 일은 사물의 쓰임을 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것들은 다 타당한 이유로 발명되거나 발견되었다. 기원을 아는 일은 미래를 가늠하는 일이기도 하다.
- 실험실의 떨림에서 시작된 전기차
전기차는 내연기관을 대체할 미래기술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무려 200년 전에 이미 전기차가 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날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의 조용한 질주는, 19세기 초 인간이 처음 전기의 힘을 바퀴에 실으려 했던 실험실의 떨림에서 비롯됐다.
전기차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증기기관과 내연기관이 막 태동하던 시대로 닿는다. 1820~1830년대, 헝가리의 발명가 아니오시 예들리크는 초기 전동 모터를 활용해 작은 차량 모형을 만들었다. 완전한 ‘자동차’라고 부르기엔 미완이었지만, 전기가 바퀴를 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최초의 신호였다.
이어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은 1830년대 초 전기로 움직이는 마차를 제작했다. 충전이 불가능한 1차 전지를 사용했기에 실용성은 떨어졌지만, 개념은 분명했다. ‘연료를 태우지 않는 이동수단’이라는 상상력이 현실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탈것’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859년, 프랑스의 가스통 플랑테가 납축전지를 발명하면서부터다. 충전과 재사용이 가능한 배터리는 전기차의 생명줄이었다.
이후 19세기 후반, 유럽과 미국의 도시에서는 전기차가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1880~1890년대는 전기차의 ‘첫 번째 황금기’로 불린다. 소음이 없고 진동이 적으며, 시동을 걸기 위해 크랭크를 돌릴 필요도 없는 전기차는 당시 기준으로 ‘가장 세련된 이동수단’이었다.
1881년 프랑스 발명가 귀스타브 트루베는 최초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충전식 전기차를 시연했다. 심지어 시속 100km 를 세계 최초로 돌파한 것도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닌 전기자동차였다.
오늘날 럭셔리 카의 대명사로 추앙받는 포르쉐를 만든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조차도 전기자동차를 제작한 적이 있다.
1890년대 미국에서는 화학자 윌리엄 모리슨이 제작한 전기차가 등장했고, 뉴욕 거리에는 전기 택시가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상류층 여성들이 전기차를 선호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아침에 출발하는데 불 지피고 물 끊이느라 45분이나 걸렸던 증기기관차와 시동을 걸기위해 크랭크를 돌려야하고 복작합 기어변속이 필요한 휘발유 자동차에 비해 전기자동차는 조용하고 운전하기 편하고 냄새도 없는 전기자동차는 큰 인기를 끌었다.
기록에 의하면 19세기에서 20세기로 바뀔 무렵 미국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1/3이 전지자동차였을 정도였다. 심지어 1911년에는 미국의 자동차 기업 GMC 가 전기트럭을 내놓기 까지 했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은 전기차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20세기 초, 헨리 포드가 이끄는 포드 자동차는 대량생산 체제를 도입하며 자동차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여기에 찰스 케터링이 전기 스타터를 개발하면서 내연기관 차량의 ‘불편함’마저 사라졌다. 휘발유는 점점 더 싸지고 주유 인프라도 확장됐다.
무엇보다 전기자동차의 약점은 충전속도가 느리고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전력기반시설이 부족했다. 배터리가 너무 무거운데다 주행거리도 짧았다. 빠르게 충전하고 주행거리가 길면서 가벼운 배터리를 만드는 것은 당시 기술로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전기차는 기술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인프라와 경제성의 경쟁에서 밀려났다. 긴 충전 시간과 짧은 주행거리는 치명적인 약점이었고, 석유 산업의 급성장은 시대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전기차는 이후 한동안 역사 속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20세기 후반, 환경문제와 에너지 위기가 대두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다.
1996년 GM에서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전기자동차인 GM EV1을 출시하고 이후 쉐보레 S10 EV 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리고 21세기. 배터리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전기차는 다시 도로 위로 돌아왔다. 이제 전기차는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혁신은 이끈 것은 2012년에 출시된 테슬라 모델 S였다. 데슬라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의 종말을 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전세계 자동차 업체는 차세대 자동차의 표준이 될 전기자동차 개발에 너도나도 할 것없이 뛰어 들었다.
한국 전기차의 시작은 국산 최초 전기차인 베스타 EV로 1986년 86 아시안 게임 마라톤 TV생중계용으로 제작된 차량이 그 출발점이다. 이후 양산전기차 1호는 기아 레이의 EV가 제작되면서 문을 열었다.
전기차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역설이 드러난다. 오늘날 ‘혁신’으로 불리는 기술이 사실은 100년 전 이미 등장했던 아이디어라는 점이다. 다만 달라진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환경이다. 배터리는 더 오래가고, 충전은 더 빨라졌으며, 무엇보다 ‘탄소’라는 새로운 기준이 등장했다.
결국 전기차의 이야기는 단순한 기술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어떤 에너지를 선택하고, 어떤 미래를 그리느냐에 대한 선택의 기록이다.
조용한 모터음 속에는 19세기 실험실의 미세한 떨림이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고 그 떨림은 지금도 도로 위를 달리며, 다음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뉴스컬처 최병일 skycb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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