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어른이 가르친 기만적인 산수와 타락한 윤리 [D:쇼트 시네마(153)]
||2026.03.24
||2026.03.24
이승주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대신 구매해주며 생계를 이어가는 성재(장준휘 분)는, 일정 수수료를 받고 중고생들과 거래를 이어간다. 가격을 깎아주거나 라이터를 챙겨주는 식으로 관계를 유지하며, 일종의 ‘친근한 중개자’로 자리 잡은 인물이다.
그러던 중 마지막 거래를 하러 간 자리에서 초등학생 현수(임승민 분)를 만나게 된다. 그동안의 행위와는 달리, 성재는 최소한의 선을 넘지 않겠다는 듯 현수를 훈계하며 담배를 팔지 않는다.
하지만 곧 다른 성인 여성이 현수에게 담배를 대신 사주려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변한다. 이를 막으려던 성재는 여성과 몸싸움까지 벌이며 개입하고, 이 장면은 현수에 의해 촬영되어 주변으로 퍼진다.
이후 현수는 성재에게서 담배를 대량으로 사 갔던 여학생을 찾아간다. 그 여학생은 성재로부터 구매한 담배를 다시 수수료를 붙여 또래들에게 되파는 구조를 만들고 있었고, 성재가 형성한 거래 방식이 또 다른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 같은 전개는 청소년 흡연이나 일탈을 고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영화는 성재라는 인물을 통해, 개인의 도덕적 기준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고 또 어떻게 스스로 정당화되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초등학생에게는 팔지 않겠다는 나름의 기준을 세우지만, 그 이전까지의 행위는 아무렇지 않게 반복해온 그의 태도는 그 자체로 모순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그가 그어놓은 ‘선’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무력한지 조용히 드러낸다. 성재의 경계는 시스템을 멈추지 못하고, 오히려 그가 만든 거래 방식은 더 어린 세대와 더 넓은 범위로 복제되듯 퍼져나간다.
‘대리구매’는 책임이 분산되고 윤리가 희석된 상태에서 형성되는 회색지대를 포착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영화는 그 과정을 건조하게 응시하며, 우리가 무심히 넘겨온 작은 타협들이 어떻게 하나의 구조가 되는지를 드러낸다. 러닝타임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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