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사이버 보안, ‘설명’이 중요해진다 [줌인IT]
||2026.03.24
||2026.03.24
지난해 연달아 터진 대형 침해사고의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2026년 사이버 보안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사고를 막았는지를 증명하는 수준을 넘어, 방어 체계가 왜 뚫렸는지 그리고 현재의 위험 관리 수준이 어떠한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먼저 인공지능(AI)이 있다. 기업들은 비즈니스 혁신을 위해 AI 활용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최근에는 그에 못지않게 ‘통제와 검증’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생성형 AI가 피싱이나 딥페이크 등 사이버 공격의 비용을 크게 낮추며 위협을 고도화한 데다, 기업 내부의 데이터 접근 경계마저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공격 양상도 진화했다. 공격자들은 타깃 기업에 대한 직접 침투와 소프트웨어 공급망을 경유하는 우회 타격을 영리하게 병행한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오픈소스, 관리형 서비스 제공업체(MSP) 등 기업 간 신뢰를 바탕으로 연결된 IT 구조가 오히려 핵심 공격 경로로 악용되고 있다. 보호해야 할 영역이 ‘자사 시스템’에서 ‘연결된 생태계 전체’로 확장되면서 통제 주체와 책임 소재가 더욱 복잡해졌고, 이에 기업이 침해 상황을 명확히 설명하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반면 제도는 기업에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보보호 공시 의무 확대, 개인정보 보호 규제 강화, 공급망 보안 요구 등은 모두 기업의 설명 책임을 강화하는 흐름이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기업이 스스로 ‘방어 과정에 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법 개정 논의까지 진행되면서 그 무게감은 전례 없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현장이 이러한 복잡한 구조적 변화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 내 CISO(정보보호최고책임자)의 권한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실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안 투자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지만, 정작 업계 최전선에서는 아직까지 실질적인 투자 확대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여전하다.
결국 올해 보안은 ‘사고 예방’ 자체에만 머물지 않을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자산 관리, 권한 통제, 모니터링, 공급망 전반에 걸쳐 우리 조직이 ‘위험을 얼마나 깊이 인지하고 통제하고 있는가’를 증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 보안은 단순한 소모성 ‘비용’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신뢰를 확보하는 수단’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2026년은 자사의 보안 리스크를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격차가 시장의 신뢰도로 직결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정종길 기자
jk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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