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수급난 우려 커진다… 관건은 ‘물량 조절’
||2026.03.22
||2026.03.22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간 전쟁으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수급 여파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면서 ‘4월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가 가동 중단 위기에 놓이면서 제조업 타격을 넘어 종량제 봉투 부족 등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구체적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나프타는 제품 수입 외에도 휘발유, 경유와 함께 원유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만큼 단기적으로 제품별 수급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나프타 재고는 3월 말 바닥을 보일 전망이다. 오는 4월 초까지 중동산 나프타 수급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의 가동 중단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나프타 부족은 에틸렌 등 중간재 생산 차질로 이어져 제조업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유 정제 시 분리돼 나오는 탄소화합물인 나프타는 석유화학산업의 핵심 기초 원료다. 나프타는 에틸렌 등으로 가공된 뒤 합성섬유, 플라스틱 등 제품으로 생산된다. 에틸렌은 자동차 부품, 전자제품 소재, 건자재, 조선 등 산업 전반에 중간재 역할을 한다.
이번 수급 불안정은 중동 전쟁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발생했다. 국내 나프타 수요의 절반가량은 수입산이다. 이중 중동 수입 비중은 60%가량이다. 나머지는 국내에 들여온 원유를 정제해 만든다.
석유화학업계는 나프타 부족으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국내 최대 NCC인 여천NCC가 3월 4일 불가항력을 선언한 데 이어 롯데케미칼, LG화학 등이 일부 제품에 대한 주요 고객사에 불가항력 가능성을 고지했다. 불가항력 선언은 천재지변, 전쟁 등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으로 제품 공급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책임을 면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우선 정부는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와 2246만배럴 규모의 원유 비축유를 앞으로 3개월간 방출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2022년 7월 러시아 제재로 끊긴 러시아산 원유, 나프타 수입을 재개하는 방안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프타를 한시적으로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해 관리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청와대는 3월 20일 나프타 수급 차질 우려에 대해 “정부는 중동 상황에 따른 나프타 수급 불안에 대응해 업계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나프타 대체 도입을 지원 중이다”며 “산업 공급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추가 조치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응에도 현재 나프타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나프타를 생산할 원유를 추가 확보해도 나프타 이외 휘발유, 경유 등 제품 공급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공급 비중을 어느 제품에 생산공급 비중을 두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전문가는 나프타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선 정부가 원유 공급을 적절히 조절하는 역량에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는 “나프타는 휘발유, 경유를 만들며 같이 생산한다”며 “휘발유, 경유를 더 많이 생산하면 나프타의 생산량은 줄게 된다. 서로 연동 돼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휘발유, 경유, 나프타가 선택의 대상이다”며 “지금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대처는 휘발유, 경유, 나프타의 선택이다”고 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도 더욱 구체적인 지원과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프타를 국가전략물자로 지정하고 장기적으로 저장탱크를 구축해 비축 체계를 만들어야한다고 요구한다.
정종은 LG화학 상무는 3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원유나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국가전략물자로 인식돼 정부가 대규모 투자로 저장탱크를 구축하고 있는데 나프타는 그렇지 못하다”며 “나프타를 통해 만들어진 에틸렌이 산업의 쌀 역할을 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나프타 비축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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