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흔드는 SaaS 산업… 재편 시작됐다 [SaaS 종말론 ①]
||2026.03.22
||2026.03.22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과 함께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기된 ‘SaaS 종말론’을 재점검하고, 비즈니스 모델 변화와 향후 국내외 산업 재편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생성형 인공지능(AI)과 AI 에이전트 기술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테크 업계에서 이른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종말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다만 AI 산업을 이끄는 주요 기업들은 AI가 기존 소프트웨어를 대체하기보다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미국에서 열린 GTC 2026을 전후해 AI 에이전트가 기존 소프트웨어를 대체하기보다는 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SaaS 종말론’에 선을 그었다.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SaaS 산업의 사용자 수 기반 구독 모델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aaS 기업들은 그동안 기업이 사용하는 계정 수를 기준으로 요금을 부과해 왔다. 그러나 AI가 코드 작성이나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등 업무를 자동으로 수행하게 되면 기존 소프트웨어 사용자 기반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가 여러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활용해 업무를 처리하게 되면 특정 SaaS 애플리케이션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같은 우려는 시장에서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고속 성장해 온 일부 글로벌 SaaS 기업들이 성장률 둔화와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조정을 겪으면서 투자자들의 시선도 한층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는 ‘종말론’이 과장됐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글로벌 대표 SaaS 기업인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AI 확산이 오히려 SaaS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진행된 2025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AI는 SaaS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일즈포스는 AI 에이전트 서비스 ‘에이전트포스(Agentforce)’를 통해 기존 사용자 수 기반 과금에서 AI가 실제 수행한 작업량(액션) 기반 과금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에 맞춰 SaaS 비즈니스 모델을 재설계하려는 시도다.
세일즈포스에 따르면 에이전트포스는 현재 연간 반복매출(ARR)이 약 8억달러(약 1조1886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계약 건수도 약 3만건에 이르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AI의 성패가 결국 데이터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일즈포스는 지난해 11월 데이터 관리 기업 인포매티카(Informatica) 인수를 완료하고 기업 내부에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하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 부서별로 파편화된 데이터를 정리하지 않으면 AI 역시 제대로 된 업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세일즈포스 관계자는 “IT 업계의 역사를 보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특정 분야의 종말론이 대두됐지만, 비즈니스가 존재하는 한 기술이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SaaS 역시 단순 애플리케이션 제공을 넘어 운영·보안·거버넌스·시스템 연계까지 포함하는 ‘풀 패키지’ 형태로 고도화되는 등 AI 시대에 더욱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 또한 핵심 업무 시스템의 역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SAP는 생성형 AI 시대일수록 ERP(전사적 자원관리)와 같은 핵심 시스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SAP 관계자는 “AI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결국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잘 통합된 애플리케이션, 명확한 통제 체계가 필요하며 이러한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ERP”라며 “AI는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더욱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SAP는 AI 시대에 ERP가 단순한 데이터 저장 시스템을 넘어 기업 운영의 ‘중추 신경계’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의 모든 데이터와 프로세스가 모이는 플랫폼 위에서 AI가 실시간으로 비즈니스 상황을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구조로 발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AI가 SaaS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의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의 종말 논쟁은 SaaS 산업이 AI 시대에 맞게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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